요즘들어 거의 날마다 집요하게 신문에 등장하는 제일의 관심거리가 무엇일까? 이민 문제다. 이것이 불체자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미국 내 불체자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다는 보도가 연이으면서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민자들의 존재 자체가 주시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좋건 싫건 합법이건 불법이건 이민자들은 한배에 탄 사람들이 되어 미국 전역에 불고 있는 반 이민이란 풍랑에 흔들리고 있다.
상원에서 심의중인 각종 이민 개혁안에서부터 불체자 긴급 대규모 체포, 국토안보부 장관의 고용주 처벌 엄포, 멕시코인들의 사상 최대의 불체자 포용 요구데모와 파업, 불체자 사면 찬반 여론, 이민자 이해론까지... 뉴스나 여론 조사 등 이민에 관한 크고 작은 기사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 이민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들 개인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까. 우리의 이민 철학에 맞을만한 속담 몇 개가 문득 떠오른다...
이민 찬반론을 지켜보며 느끼는 한가지- 양쪽 다 맞다는 것이다. 한도 끝도 없는 이민론을 제쳐두고 오늘 단 하나의 시각, 즉 단순한 인간적 감정 면에서만 보자.
첫째는 ‘이웃 사촌’ 론이다. 우선 토착 미국민들의 입장을 생각해보자. 한 핏줄을 타고난 형제 자매들 끼리도 누가 더 잘나고 못났다는 등의 갈등이 많을진대 하물며 생소한 외모, 언어, 문화 등을 ‘내 고향’에 몰고 와 더러는 내 자리를 차지하거나 잘난 척하는 이민자들을 보는 눈길이 고울까.
둘째는 미국에서 흔히 쓰이는 ‘새로 이사온 아이, 새내기(new kid on the block)’론이다. 어떤 사회나 조직이건 새내기는 기존 회원들에게 기존 질서를 배우고 존중해야 회원이 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일개 이민자가 새내기로서 밟아야 할 길은 어떻겠는가. 현지의 언어, 문화와 풍습을 익히지 않고 대접받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셋째는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론이다. 토박이 흑인들은 종종 아시안을 싫어한다. 가뜩이나 백인들에게 밀리는 형편에 아시아 이민자들까지 끼여들어 차별대우와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때문이라 한다. 입장을 바꿔 흑인들의 비애의 역사를 생각하면 그들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가끔 도전적인 흑인을 만나도 충돌이나 경멸대신 모른 척하고 다정하게 대하면 금방 친해진다.
다음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론이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겪어온 모진 역사 때문인지 남을 누르려하며 대체로 무뚝뚝하다. 이웃이나 업소 고객들에게도 따뜻한 미소나 농담에 인색하다. 잘나고 유식하나 비사교적인 사람보다는 못나고 무식해도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을 누구나 이웃으로 선호할 것이다.
이는 미국 최대의 소수 인종으로 떠오르는 멕시코인들의 가장 큰 무기이다. 천성이 낙천적인 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절망하거나 기죽지 않고 있어도 괄시하지 않으며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도 않고 누구에게나 친근하다. 이것이 그들을 미국 사회에 뿌리박을 수 있게 했다.
우리는 그들과 수적으로는 상대가 안되지만 우리에게는 절대 다수의 고학력 인구와 세계수준의 예술문화가 있다. 크게는 꾸준한 예술문화 행사로, 적게는 꾸밈없고 겸손하고 인정있고 친근한 이웃이 된다면 우리는 환영받는 이민자가 될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타인종들에게 하루 한가지 친절 베풀기를 시작해보자. 이웃에게 겸손하며 그들을 존중하며 상냥하게 말을 건네 보자. 존경과 사랑은 스스로 버는 것이다. 나라에게 받을 것을 묻지 말고 줄 것을 물으라던 고 케네디 대통령의 말은 이민자들의 철칙이다.
박정현 IT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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