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3월생 왜 이리 많나

독일 청소년 리그선
주전급 56명중 52명
“유소년 리그 선발때
12월31일로 기준잡아
생일 이른 아이들이
일찍 두각 성장한 탓”
전문가 그럴듯한 해석

다음달 독일월드컵에 출전하는 유럽 선수들의 출생증명서를 들춰보면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인지 1월에서 3월 사이에 태어난 선수들이 유난히 많다.
유럽 청소년 리그에 속한 젊은 엘리트 선수들 역시 절반 가량이 연중 첫 3개월 사이에 태어났다. 독일 청소년 리그의 경우는 더욱 심해 주전급 선수 56명 가운데 52명이 1월 생이거나 2월 혹은 3월 생이다.
이같은 현상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1월에서 3월 사이의 별자리가 축구선수들에게 특별히 길한 탓이라거나 겨울에 태어난 아기들은 폐활량이 유난히 크기 때문이라는 등의 추측이 난무한다.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앤더스 에릭슨 심리학 교수도 유럽 축구 대표선수들의 생일 미스터리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에 관해 집중적인 조사를 했다.
긴 연구를 통해 그는 “재능이란 하늘의 선물이 아니라 지상의 산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전문 기능과 숙련 기량에 관한 캠브리지 핸드북’이라는 제목을 달고 내달 발간되는 900쪽짜리 학술서적을 통해 그는 “특출한 능력은 대부분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에릭슨 교수는 이어 “인생의 진로를 정할 때에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택해야 ‘고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정 분야에서 대성한 사람들을 조사해 본 결과 이들을 뛰어나게 만든 것은 에디슨의 말대로 1%의 능력과 99%의 노력이었다. 사람들은 타고난 능력의 한계를 들먹이지만 각 분야의 최고수들은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 가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재능을 갈고 닦았다.” “이처럼 뼈를 깎는 노력을 가능케 해주는 최대 요인이 바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예로 들어가며 일에 대한 사랑과 연습 외에 주변의 빠른 피드백(반응)이 성공의 또 다른 동력을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조던은 분명 농구에 남다른 재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체육관에서 땀 흘리며 보낸 엄청난 시간과 농구에 대한 불같은 사랑, 그리고 주변의 비판과 격려(피드백)가 없었다면 ‘농구 황제’는 나올 수 없었다는 것.
이처럼 기나긴 우회 끝에 결론 부분에 이르러서야 그는 유럽 축구선수들의 출생일에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유럽 축구의 산실인 청소년 리그 소속팀들은 선수들을 선발할 때 연령제한을 두는데 컷오프 기준일이 12월31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몇 달이라도 먼저 태어나 상대적으로 체격조건이 좋은 아이들이 감독의 눈에 잘 뜨이기 때문에 1, 2, 3월 생이 많이 뽑힌다.” “이렇게 선발된 아이들은 집중적인 훈련과 주변의 활발한 피드백을 받으며 성장을 거듭해 결국 최고의 엘리트 선수로 만들어진다. 월드컵 대표팀은 거의 예외 없이 청소년 리그 주전 출신들로 채워지니 이들의 생일이 빠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논리의 전개는 조금 장황하지만 “월드컵 선수들이 타고난 축구 천재들이거나 좋은 별자리를 갖고 태어난 선수들이 아니라 축구에 대한 열정과 각고의 노력, 개인적 희생과 주변의 호응으로 만들어진 대가들”이라는 에릭슨 교수의 결론은 진부하면서도 어쩐지 상쾌하다.


<이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