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디지로그(Digilog)
얼마 전에 월남국수를 먹으로 갔다가 새삼스럽게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음식은 월남국수에 식당 주인은 일본사람, 음식을 먹는 사람은 한국사람이었지만 음식을 먹으며 들었던 음악은 이태리 음악. 그리고 음식점을 나오기 전에 계산은 미국식 계산(여기서 미국식 계산이란 팁을 충분히 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지만 그날은 식당을 나오면서 ‘참 퓨전도 이런 퓨전이 없구나…’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를 사회학자들은 퓨전(fusion)시대라고 말하기를 즐겨합니다. 본래 퓨전이라는 말은 재즈(jazz)음악에 락(Rock)음악을 가미한 음악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하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한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퓨전이라는 말에는 ‘하나’에다 ‘다른 하나’를 섞어 넣었더니 ‘하나’ 그대로 있을 때보다 훨씬 그 효과가 뛰어나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달 한국의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고 현재는 이화여자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이어령교수는 ‘디지로그(Digilog)’라는 이름을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습니다.
디지로그란 말은 디지털(Digital)과 아날로그(Analog)의 합성어입니다. 이어령교수에 따르면 디지털이 갖고 있는 최첨단 기술은 아날로그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혼합될 때, 보다 막강한 파워를 갖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디지털은 새로운 것을 대표하는 말로 아날로그는 이미 지나가 버린 옛날 것을 대표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 것이 모두 다 좋은 것만은 아니고 옛 것이라고 모두 다 나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바탕으로 생겨난 것이기에 아날로그 없이 디지털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이어령교수는 이 책을 통하여 한국인들이 디지로그의 시대를 주도해 나갈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사람들의 문화적 심성에는 아날로그적 심성이 매우 풍부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이 늦어 이웃 국가로부터 역사적인 치욕을 겪은바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시대로의 전환에 있어서 만큼은 주변국가들보다 탁월하게 앞장선 저력을 발휘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이미 전 세계국가들로부터 IT강국이라는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IT강국이라는 주도권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디지털시대에 혼합시켜 나간다면 새로운 디지로그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어령교수의 주장입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이 책은 디지로그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성을 갖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다운 디지로그의 시대가 열린다면 요즘 한국사회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는 양극화문제도 보수와 진보의 갈등도 386세대니 쉰세대니 하는 편가르기식 소모적 논쟁도 사라질 것이라는 꿈 같은 소원을 가져봅니다.
아날로그방식을 모두 몰아내고 디지털 방식만으로 세상이 채워진다면 행복할까요? 꼭 그렇지 만은 않을 것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아름답고 조화로운 혼합. 그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21세기 퓨전의 시대를 살아가는 참다운 지혜가 될 것입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