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수출과 수입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무역수지는 흑자, 적자 중 어떤 것이 유리할까?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무역흑자가 그 반대의 경우인 무역적자에 비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에서 지난 90년말부터 늘기 시작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추세는 우려할 만하다.
2005년도 미국의 무역수지는 2004년에 비해 23%가 늘어난 7,22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이 수출보다 40%이상 많다. 시장논리로는 달러화가 40%정도 가격하락이 있어야 미국의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 미국이 무역균형을 이룰 수 있다.
최근 달러화의 약세 추세는 이러한 시장논리의 반영이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줄어들기는 커녕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이는 달러화의 가치가 충분히 하락하지 않아서이지만 그만큼 미국의 수입 능력을 증대시켰다.
미국 무역적자는 외국인 미국자산 증가로 달러화가 미국으로 환수된다. 2005년에도 미국인의 해외자산 증가를 뺀 외국인의 미국자산 소유 순증가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상쇄하고 남는 8,010억달러였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추세는 외국인의 미연방채권과 일반 회사증권 투자와 미국 내 직접투자 증가 추세와 일치한다.
따라서 외국인에게 미연방채권 구입이나 미 증권투자, 그리고 미국 내 직접투자가 매력적이라고 보면 무역수지 적자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달러화가 ‘국제통화’임에 따른 미국의 기득권이 있지만 주목할 것은 중국, 일본, 한국, 타이완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최근에 자국 달러 보유고를 급격히 증가시켜 왔다.
러시아도 그런 성향을 나타내는 것을 보면 1997년 IMF 사태의 교훈으로 볼 수 있으나 자국 통화의 급격한 환율 인상을 방지하여 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이 덕분에(외국 정부의 미연방정부 채권 구입 때문) 장기간의 저이자율 정책에 따른 팽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 전반에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재정정책도 재정적자인 팽창적인 점을 고려했을 때 미국 경제에 행운이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인플레이션 억제 원인으로 생산성 증가와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언급하나 이는 인플레이션이 근본적으로 통화 현상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설명이다.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물론 아무도 모른다. 다만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달러 보유에 따른 자본손실이 크다. 이 자본손실은 자국 수출산업 보호의 대가다. 미국의 고민은 이런 추세가 둔화될 때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비를 더욱 늘리라는 (저축을 더욱 줄이고) 정책 수단이 그린스펀 시대와 달리 없다는데 있다. 심각한 경기후퇴를 피하기 위한 저금리 정책의 결과 유동성 팽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국민들이 ‘국제적으로’ 능력 이상의 소비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90년대 말의 인터넷 붐, 2002년부터 부동산 붐, 자동차 등 수입소비재 소비 증가, 그리고 물론 재정적자 등이 해외부문 적자로 조달된 것이었다. 이들 중 투자로 사용된 인터넷붐은 증발되었고 소비자 소비증가와 조세감면과 전비조달의 재정적자가 그 재원을 고갈하였다.
유래없는 부동산의 자산 인플레이션은 이를 기반으로 한 소비증가를 야기했으나 정상화되지 않는 한 생산·투자 활동의 역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누적된 미국의 무역적자로 유입된 해외재원이 생산부문 투자분은 유실됐고 소비활동 증가로 사용되었다. 이의 결과 미국 경제는 완만한 경기후퇴를 겪었으나 이의 대가 지불이 남아 있는 것이다.
매년 외국인 자산 소유 증가 중 미국주식투자와 직접투자를 제외한 채무액만을 본 미국의 대외 부채가 1999년부터만도 3조달러를 넘고 있다(2005년 미국의 국내 총생산이 12.5조달러이니 4분의1에 가까운 수치) 대외 불균형 발 경기후퇴가(비록 미국 역사상 유래가 없지만) 엄습해 오는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획기적인 내수진작이 없는한 ‘정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요진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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