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연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13~17세 14명 섹스방담 ABC서 오늘 방영
오럴섹스·성교 등 다양한 ‘관계’ 고백
중학교때 키스·고교때 오럴섹스 경험
부모 입장에서 꼭 알고 싶으면서도 틴에이저인 딸에게 선뜻 물어보지 못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섹스에 관한 질문이다.
아직 10대인 딸이 섹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개인적 경험의 수위가 어느 단계에 올라 있는지 알고 싶지만 입을 열기가 뭣한 게 사실이다.
부모들이 공통으로 지닌 이런 궁금증과 관련, ABC방송은 18일 시사매거진 프로그램인 ‘프라임타임’을 통해 13~17세 소녀 14명의 ‘틴 섹스’ 방담을 내보낸다. 슬럼버 파티 형식을 빌어 10대 소녀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섹스에 대한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
프라임타임 방영에 앞서 ABC방송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 전국의 부모들 가운데 90%는 10대 자녀들과 성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부모와 이런 종류의 대화를 갖는다고 밝힌 청소년들은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말하는 쪽과 듣는 쪽 사이에 이처럼 큰 편차가 발생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모호한 화법으로 감싼 부모들의 성담(sex talk)을 아이들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녀들과 성에 관해 직설법으로 대화하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틴에이저 잡지 ‘세븐 틴’이 한자리에 모은 14명의 소녀들은 다양한 수준의 ‘육체적 경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이미 “동정을 잃었다”고 고백한 참석자는 14세 때 첫 경험을 했다는 티파니 등 4명. 그러나 문제는 참석자 대부분이 ‘오럴 섹스’를 “본격적인 성관계를 갖기 전의 워밍업 단계”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오럴 섹스는 성교가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ABC방송의 조사에 따르면 10대 소녀들의 25%는 16세에 이르기 전에 오럴섹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 오가는 대화처럼 야하진 않으나 카메라 앞에서 벌이는 10대들의 섹스 방담은 나름대로 충격적이다.
이들은 보통 11~12세에 처음으로 1루를 밟는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이 말하는 1루는 물론 ‘키스’를 의미한다. 8학년을 마치고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쯤이면 거의 2루를 돌아 3루로 진출한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고백인데, 3루는 오럴 섹스를 포함한다.
다행히도 14명의 10대 가운데 “아직 처녀”라고 답한 열 명중 대다수는 “현상 유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의 절반이상은 동정을 지키려는 가장 큰 이유를 “섹스가 남친과의 관계를 망쳐놓을까 두렵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또한 ABC의 조사에 응한 전국의 10대 처녀들 중 63%도 “적절한 시점까지 참고 기다리겠다”는 반응을 보였고 31%는 “결혼할 때까지”로 동정유지 기간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10대에게 섹스의 뒷맛은 마법 같은 황홀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미 처녀성을 상실한 틴에이저들의 70%가 전혀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졸지에 ‘첫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가운데 51%가 “후회한다”고 말했다.
한편 프라임타임에 나온 출연자들은 “빈번하게 성 관계를 갖는 남자아이들은 ‘선수’(player) 혹은 ‘자전거 선수’로 통하는 반면 ‘평판’이 나쁜 여학생들에게는 ‘슬럿’(slut, 창녀)이라는 경멸 어린 호칭이 따라 다닌다”며 동일한 행위에 대한 평가기준에도 성차별이 끼어 들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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