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 쏴 10명 죽게한
존 알렌 무하마드와
공범 리 보이드 말보
한때 ‘양부-양아들’
피고와 검찰측 증인돼
회한의 진술로 맞서
3년전 워싱턴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2인의 ‘저격수’들이 이제 서로를 조준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3주에 걸쳐 워싱턴과 버지니아, 메릴랜드 등지에서 13명을 저격, 이중 10명을 절명케 했던 연쇄살인범 존 알렌 무하마드(45)와 공범 리 보이드 말보(21)가 메릴랜드주 법정에서 피고와 검찰측 증인으로 마주선 것.
앞서 버지니아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죄평결을 받고 각각 사형과 종신형에 처해진 무하마드와 말보가 악연으로 얽힌 것은 6년 전인 2000년 5월의 일.
당시 무하마드는 이혼한 아내와 양육권 소송을 벌이다 3자녀를 빼앗긴 상태였고, 말보는 불법체류자인 홀어머니가 자마이카로 강제 송환되는 바람에 ‘고아 아닌 고아’로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었다.
이들 두 사람이 쥐고 있던 악연의 끈은 말보의 어머니를 매개 삼아 하나로 연결됐다. 군 특등사수로 제 1차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무하마드가 잠깐 알고 지냈던 말보 어머니의 부탁에 따라 그를 자신의 양아들로 맞아들인 것. 양육권 소송에서 패한 후 여성과 아이들에 대한 무차별적 증오심을 불태우던 무하마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테러를 계획했고 말보를 앞세워 2002년 10월 ‘작전’을 개시했다.
이와 관련, 23일 공판에서 말보는 양아버지인 무하마드가 “앞으로 30일간 하루 6명씩 사살하고 스쿨버스와 경찰 장례식장 등에 폭탄세례를 가해 워싱턴 일대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은 후 무차별 테러를 중지하는 조건으로 정부 당국으로부터 1,000만달러를 뜯어낸다는 자신의 계획을 일러주었다”고 증언했다.
무하마드가 그에게 털어놓은 ‘마스터 플랜’에는 캐나다로 이주, 버림받은 고아 140명을 모아 공동체를 설립한 다음 이들을 저격수로 양성해 미국사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조직적 테러에 나선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끔찍한 구상을 전해들은 말보는 “설마” 했지만 무하마드는 범행 첫날 그에게 “저격대상을 고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유 없는 살인극의 공범이 되어버린 말보는 자살을 결심하고 1발의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갖고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대고 연거푸 4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탄환은 발사되지 않았고 그의 ‘러시안 룰렛’은 거기서 끝났다. 다섯 번째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당시 19세였던 말보에겐 없었던 것.
양아들의 심중을 손금 들여다보듯 읽고 있던 무하마드의 다음 명령은 “표적을 골라 네가 직접 저격하라”였다. 말보는 그의 지시에 따라 3명의 목숨을 해체시켰다. 그러나 말보는 “임신부를 골라 사살하라”는 무하마드의 명령만은 도저히 따를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23일 증언 과정에서 말보는 자신을 ‘어둠의 자식’으로 키운 양아버지를 향해 “당신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당신은 나를 거둬들여 먹이고, 입히고, 당신의 자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나를 괴물로 만들었단 말입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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