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6개월∼6세
대다수가 ‘상습 시청’
32%는 ‘항상 켜놓아’
“주의산만 등 부작용”
전문가 경고에도
부모들 “나쁠것 있나”
6세 미만 어린이들의 ‘TV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젊은 부모들은 교육 효과 등을 앞세워 자녀들의 TV 몰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스스로가 TV를 벗삼아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 전자매체 접근 실태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이 생후 6개월에서 6년 사이의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1,05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가을 실시한 전화 서베이에 따르면 83%의 어린이들이 TV 시청과 컴퓨터, 비디오게임에 매일 2시간 가량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TV를 시청하는 어린이들이 75%로 가장 많고 3분의1이 비디오나 DVD를 보며 16%가 컴퓨터에, 11%가 비디오게임에 매달린다. 이들의 전자매체 사용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 한 살 미만 유아들의 61%, 4~6세 코흘리개들의 90%가 ‘상습적으로’ TV를 본다.
또한 늘 TV가 켜져 있는 집에서 생활하는 아이들도 전체의 32%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엇갈린 반응
카이저 파운데이션은 2세 이하 아기들 2명 가운데 한 명의 유아방에 TV세트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자녀 전용 TV를 배치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모 자식간의 치열한 리모콘 쟁탈전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TV를 따로 장만해 주는 가정도 적지 않았다.
이는 부모들이 어린이들에 미치는 TV의 유해성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실제로 소아과 의사들은 2세 미만 유아들의 TV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전자매체에 일찍 노출시키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TV가 아이들에게 나눔의 개념이라든지 ABC를 가르쳐줄 뿐 아니라 어머니들이 요리를 하거나 샤워를 할 수 있는 ‘틈새시간’을 제공해 준다는 것. 일부 부모들은 “오늘 일찍 자면 내일 TV를 많이 보게 해주겠다”며 ‘스크린 타임’을 아이들을 잠자리로 들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시청불가’ 프로그램의 벽도 점차 허물어지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의 한 어머니는 네 살짜리 딸과 카우치에 나란히 앉아 CSI(사건현장 수사)를 시청한다. 가끔씩 잔인하거나 끔찍한 장면이 등장하지만 딸아이는 아무렇지 않게 지켜본다.
자녀들의 TV 시청에 대한 부모들의 변화된 태도와 관련, 워싱턴대학의 디미트리 크리스태커스 박사는 “텔리비전 자체는 가치 중립적인 테크놀러지”라고 전제하고 “우리의 목표는 아이들을 테크놀러지에서부터 떼어놓는 게 아니라 이들이 적정한 TV 시청 경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메이요 클리닉의 대니얼 브러톤 박사는 “2세 이전은 두뇌가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시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고받기 식의 상호교류 행위가 필수적이지만 일방통행인 TV는 이같은 경험을 제공하지 못한다”며 어린이들의 습관적 TV시청은 주의산만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덴버의 에지워터 초등학교 킨더가튼 졸업식에서 어린이들이 지루함을 참지 못한 채 딴 짓을 하고 있다.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생후 6개월에서 6년 사이의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2시간 가량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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