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법안이 어떻게 향방을 잡아갈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는 연방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통과된 법안이 너무나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인들의 생명줄이 달려있는 선거라는 변수가 걸려있어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먼저 지난달 25일 상원에서 통과된 안의 골자부터 살펴보자.
상원안은 ▲국경보안을 위한 예산을 증가할 것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초청노동자 프로그램을 만들 것, 그리고 ▲이미 미국 내에 들어와있는 1천1백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이민자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최종적으로는 시민권을 주도록 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비해 하원안은 ▲국경을 강화할 것 ▲모든 불법이민자들을 중벌로 다스리고 ▲이들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한 고용주들도 강력히 단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민법안을 놓고 상원과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은 이렇게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민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하원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조지 부시 대통령은 상하양원이 빨리 합의를 도출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여러 도시를 돌면서 이민법안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데, 그는 하원안 보다는 상원안에 가까운 방식으로 어프로치하는 듯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어떤 안이 됐든 이민법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그 해결된 안에는 초청노동자 프로그램과 이미 미국 내에 살고있는 불법이민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시민권을 부여하는 길을 열어놓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물론 불법 이민자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경제적 문제점도 알고 있겠지만, 미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 그러나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이민자들이 그것도 값싼 임금을 받고 대신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이점이 그가 강력한 하원안 보다는 유연한 상원안에 좀 더 가까운 이유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올해 중에 연방의회가 이민법안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왜냐하면 상하원의 시각차가 너무 큰데다가 올해 11월에는 중간선거까지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 상당수는 강력한 하원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의원 스스로는 이미 미국 내에 살고 있는 불법이민자들을 미국시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싶고, 불법이민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원칙을 내세우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싶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역행하는 행위는 자살행위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유연한 상원안에 동조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1일 미 전국 주요도시에서는 멕시코계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시위행진이 떠들썩하게 열렸지만, 하와이는 조용했다. 멕시코계 이민자 수가 적기 때문일 수도, 다른 대도시에 비해 불법이민자가 별로 없기 때문일 수도, 이민법안에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민법안은 불법이민자만의 이슈가 아니다. 가까이는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고용주에서부터 합법이민자, 시민권자, 그리고 선거, 일자리,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이슈다. 나는 이미 시민권자이므로 나와는 관계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민법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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