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의대팀 연구
운전중 짜증나는 상황을 맞을 때마다 상대를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단순히 급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니라 정신질환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급한 성격 치부하는건 잘못
‘간헐적 폭발성 장애증’ 가능성
가정폭력·물건 던지기도 마찬가지
인구 5-7% 추산… 어릴때 치료해야
이번 연구를 주도한 시카고대 의과대학의 심리학과 과장인 에밀 코카로 교수는 “일반적으로 ‘로드 레이지’(road rage)를 교정이 필요한 나쁜 습관 정도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운전중 별 것 아닌 타인의 행동에 쓸데없이 거칠게 반응하는 사람은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 explosive disorder)를 앓고 있는 정신질환자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의 대표적 증상으로는 운전중의 잦은 로드 레이지 외에 화가 나면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던지고, 배우자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손찌검을 가하는 행위 등이 꼽힌다. 현재 미국의 간헐적 폭발성 장애자는 전체 인구의 5~7%에 해당하는 1,600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정신분열증, 또는 양극성 성격부조증(bipolar disorder) 환자들의 인구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물론 운전중 화를 잘 내는 사람 모두가 정신질환자인 것은 아니다.
마음이 급한 출근시간, 교통체증으로 가뜩이나 속이 부글거리는 판에 무리한 끼여들기를 시도하는 얌체 운전자나 추월이 힘든 여건에서 앞길을 막고 있는 느림보 대형 트레일러에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일. 다만 이런 상황에서 상습적으로 상대 차량의 운전자를 협박한다든지 실제로 위해를 가하는 등 지나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문제다.
또 병적 성향을 지녔다해서 끊임없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임상통계에 따르면 환자들은 평생에 걸쳐 1인당 평균 43번 정도의 ‘대폭발’을 일으켜 1,359달러 가량의 재산 손실을 낸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의 병증은 20여년 전부터 심리학 전문의들이 정신병을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뉴얼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으나 책에 따라 조금씩 다른 병명을 사용해 혼란을 빚어왔다.
이 병은 기분을 조절하고 행동을 제어하는 뇌물질 세로토닌이 적당히 분비되지 않거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증상이 튀어나온다. 간헐적 폭발성 장애 조짐은 사춘기인 14세 무렵에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전문가들은 이때 서둘러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사 결과 간헐적 폭발성 장애 질환자는 알콜 중독이나 정서장애 등 다른 문제로 인해 대부분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꾸로 말해 이 장애는 정신적 합병증을 유발하는 주요 병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2001~2003년 병원의 진단용 설문조사에 참여한 성인 9,282명의 면담 결과를 분석한 것으로 국립정신연구소의 재정후원으로 이루어졌다.
<이강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