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점은 거추장스런 쓰레기’

노출의 계절을 맞아 10대 소녀들 사이에 몸매 다듬기 차원의 ‘단식’이 성행하면서 이에 편승한 웹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줄잡아 500여개를 헤아리는 이들 웹사이트들이 이른바 ‘골격미’를 가장 순수한 상태의 신체적 아름다움으로 미화해 가며 사춘기 이전단계에 속한 11~13세 소녀들에게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500여개 웹사이트
이상 식욕증 부추겨
부모들 눈여겨 봐야

‘신경성 무식욕증 및 관련 질환 전국협회’의 애니 하야시 대변인은 무식욕증(anorexia)이나 다식증(bulimia) 등 식욕 이상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6%가 이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10대들 본인은 물론 사춘기 전후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무식욕증과 다식증을 조장하는 친-애나(pro-ana)와 친-미아(pro-mia) 웹사이트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한 다이어트와 순환관계를 맺고 있는 무식욕증과 다식증은 정반대의 과정을 거쳐 동일한 결과에 이르게 되는 식욕 이상 증세이다. 식욕을 느끼지 못해 곡기를 거의 끊게 되는 무식욕증과 토할 때까지 게걸스레 음식을 먹어대게 만드는 다식증은 모두 극한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유발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친-애나, 혹은 친-미아 사이트는 자칭 ‘렉시즈’(rexies)들이 운영하는데 이들은 이상 식욕을 찬양하는 “정신질환자”라고 애니 하야시 대변인은 주장한다.
이런 사이트들 가운데 하나인 www. ceruleanbutterfly.com에 들어가 보면 웹 운영자의 소름끼치는 1인칭 고백이 나온다. “언젠가 나는 거추장스런 살이 단 한 점도 붙지 않는 앙상한 뼈만 갖게 될 것이다. 뼈는 순수하고 깨끗한 내 본연의 모습이다. 거기에 들러붙은 나머지 것들은 저장물이나 퇴적물, 혹은 쓰레기일 뿐이다.”
렉시즈들의 웹사이트에는 극한적인 다이어트에 따른 기아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일러준다. 예컨대 위산을 중화해주는 제산제로 속이 쓰리고 아픈 증상을 덜고 커피, 다이어트 소다를 많이 마시고 수시로 껌을 씹어 공복감을 없애라는 것.
또 갈라진 손톱과 발톱이 눈에 뜨이지 않도록 매니큐어를 칠하고 칼로리 소진을 위해 찬물 샤워를 할 것과 몸무게가 줄어든 사실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여러 겹의 옷을 끼어 입으라는 등 보호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위장전술’ 방법도 곁들여 가르쳐준다.
전문가들은 이상 식욕(ED: eating disorder)을 자랑거리로 떠벌리는 친-ed 사이트는 병적 증상을 일으키는 행동을 합리화하고 긍정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잠재된 치명적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웹 운영자들이 기아 피해자를 방불케 하는 여윈 몸매의 모델 사진을 다량으로 게시하고 호화로운 색채와 디자인으로 사이트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기 때문에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춘기 소녀들의 모방충동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극한 다이어트’ 사이트들은 하루에도 수천건의 조회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사춘기를 전후한 10대 소녀들로 알려졌다.
하야시 대변인은 “어린 딸아이가 갑자기 음식물의 칼로리 계산에 관심을 갖는다든지 헐렁한 옷을 입으려 들고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수를 많이 마시며 광적으로 운동에 집착하는가 하면 몸무게에 유달리 집착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면 이상 식욕 여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