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 이라크 주둔 미군은 이라크인 수감자들에게 17일간 빵과 물만 주는가 하면 잠 안재우기, 발가벗기기 등의 부당한 심문기법도 사용한 것으로 국방부 조사보고서에서 16일(현지시간) 드러났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입수해 공개한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한 이라크인 수감자에게 17일간 빵과 물만 주는 `너무나 긴 다이어트’를 강요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리처드 포미카 미 육군준장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또 미군들이 수면 박탈 또는 배식 금지, 고함치기나 음악 크게 틀기, 신체적인 스트레스 가하기, 방을 아주 뜨겁게 하거나 춥게 하기, 발가벗기기 등 5가지의 부당한 심문기법을 사용하다가 나중에 이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2003-2004년 발생한 포로 관련 사건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는 이같은 미군들의 행위가 포로에 대한 인도적 대우를 규정한 제네바협약의 정신에 맞지않는 것이라며 이의 시정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이같은 미군들의 행위가 잘못된 것이지만 감독 소홀 등에 의해 빚어진 것으로 고의적인 학대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 포로들에 대한 강간이나 구타 등의 주장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며, 의학적 검사 결과 등을 통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그러나 ACLU 관계자들은 이같은 보고서가 미군들의 이라크 포로학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이며, 극히 일부 사례만 다룸으로써 전반적인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암리트 싱 ACLU 변호사는 포미카 보고서 뿐 아니라 아프간 내 미군들의 포로 대우 실태를 조사한 찰스 자코비 보고서도 미군들이 포로학대를 자행했음을 시사하는수많은 문서들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사건들만 다뤘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는 포미카, 자코비 두 장군이 작성한 보고서 등 총 1000쪽 분량의 문서들 중 일부를 인명과 지명, 부대명 등을 지운 채 ACLU에 전달했다.
이라크 미군이 포로들에게 장기간 물과 빵만 먹이고, 각종 가혹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새로이 공개됨에 따라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도덕성에 또다른 타격이 가해질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포로학대 등으로 물의를 빚은데 이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의 인권침해에 대한 비난을 받아왔으며, 특히 이달초 관타나모 수감자 3명이 자살해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됐다.
lkc@yna.co.kr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