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로슨의 아버지는 백혈병 환자다. 조리는 테네시 주 킹스포트의 한 학교에 다녔다. 이 학교에서 조리는 무척 괴로웠다. 급우들이 노상 아버지의 근황을 물었기 때문이다. 조리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 자체가 싫었다. 조리는 학교에서만큼은 아버지의 건강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조리의 어머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교감에게 달려가 딸의 심적 고통을 전했다. 교감이 8학년 학생들을 체육관에 불러 모았다. 다시 한 번 조리에게 아버지의 근황을 물으면 벌로서 방과 후 학교에 잡아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무튼 조리는 시애틀 다운타운 근처의 작은 학교 허치 스쿨로 옮겼다. 사실 허치 스쿨은 좋은 학교지만 부모들이 자녀를 선뜻 보내려 하지 않는 학교다. 입학조건은 하나. 학생의 가족 중에 누군가 백혈병, 림프종, 그리고 혈액관련 질병으로 골수이식수술을 받는 경우다. 이런 학생은 허치 스쿨에 들어갈 수 있다.
시애틀 허치 스쿨, 백혈병 등 혈액관련 환자의 자녀 재학
25년 전 설립, 연간 예산 40만 달러 학비 전액 무료
초·중·고 학생 20여명… 알래스카, 버몬트는 물론 외국에서도 와
학생 감정 헤아리는 교육… 부모 사망시 교사가 대리부모 역할
학생들, 지역 극단 도움 받아 평소 쓴 글 토대로 연극 연습
이학교는 프레드 허치 암연구 센터와 시애틀 공립학교들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허치 스쿨은 병원이 후원하는 학교이면서 건강한 학생들이 다니는 전국 유일한 학교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은 이들의 부모, 가족 가운데 누군가 심각환 질환으로 보통 4개월간 집중치료를 받고 있다.
보통 평일 학생 20여명이 학교에 온다. 이들은 알래스카, 버몬트, 캘리포니아, 심지어 외국에서도 온다. 현재 학생회에는 존 록펠러의 증손자도 있다. 개썰매 챔피언 수잔 부처의 두 딸로 다닌다.
허치 스쿨은 연간 40만달러로 운영된다. 학비는 전액 무료다. 25년 전 세워진 허치 스쿨은 학생 가족들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다. 교사는 3명. 그리고 수학 개인지도교사가 있다. 그 수학 개인지도교사는 숙제를 거의 내주지 않는다. 학생들이 집에서 질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돌보아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또한 소셜워커가 1명 있다. 학생들이 지나친 걱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도록 돕는다.
학교는 위생에 각별하다. 책상과 컴퓨터를 아주 청결하게 닦는다. 감기에 걸린 학생은 즉각 집으로 돌려보낸다. 다른 학생들에게 옮겨 그들의 환자가족에게 옮기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이들 환자는 면역체계가 약해 쉽게 감염되므로 사전 예방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허치 스쿨 교사는 때로는 학생의 대리부모가 되기도 한다. 학생의 부모가 병으로 곧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서다. 4학년부터 7학년까지 가르치는 애나 와이트는 “모든 가정이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든지 이해하고 감싸주려고 노력한다. 하루는 침울하고 하루는 까불어도 다 이해한다”고 했다. 전국적으로 백형별 환자들이 1년을 버틸 확률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 9시, 학생들은 허치 스쿨의 넓은 공동 룸에 모인다. 아파트 건물 1층에 있는 룸이다. 이 아파트에는 골수이식 가족들이 머물고 있다. 밝은 색 포스터가 벽에 붙어 있다. 과거 허치 스쿨을 다녔던 학생들의 사진이 수백 장이나 붙어 있다. 아픈 마음을 달래려 적은 시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학생들은 서로에게 아주 친절하도록 교육받는다. 우정을 나누기 어렵다는 게 학생들의 말이다. 가족 문제로 인해 소식도 없이 며칠간 학교를 빠지는 학생이 적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러니 우정을 쌓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교사들은 다른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보다 학생들에게 자유를 많이 준다. 책을 읽고 무언가 쓰는 것을 독려한다. 사연이 많고 가슴에 쌓인 게 많은 학생들이라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함이다. 오후에는 보다 어린 학생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고교생들은 수학, 외국어, 과학 등을 공부한다.
지역 극단의 도움으로 학생들은 직접 쓴 글을 토대로 연극을 연습했다. 이기주의적인 의사를 포함한 사랑의 삼각관계를 다룬 연극이다. 학생들은 연극 연습을 통해 ‘한’을 맘껏 발산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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