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휘둘렸다 과거 경험 남아
합의 불이행시 증인될 국가 필요 다자회담이 北응징때도 유리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하면 그 틀 안에서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양자대화를 할 수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7월9일) “핵 문제 같은 중대한 문제를 논의, 해결하고자 하면서도 당사자와 마주 앉는 것조차 꺼린다면 문제해결의 방도를 찾지 못할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6월1일)
북한과 미국의 외교적 대립은 북미 양자대화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 기인한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는 북한, 한사코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한과 이야기하겠다는 미국의 대립이 현재의 미사일 국면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입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부시 대통령은 5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 지도자는 미국과 테이블에 단 둘이 앉게 되기를 원하지만 북미간 양자대화 보다는 6자회담이 수확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과거 그런 (양자) 대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북한에 대해 포괄적인 인센티브가 제공됐지만 북한은 그것을 받기만 하고 약속을 준수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은 한 마디로 예전에 북미 양자회담을 해봤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성과가 없었고, 북한에 대한 불신감만 더 쌓이게 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입장은 과거 북미 직접대화에서 미 행정부가 북한에 휘둘렸던 경험 탓이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와 9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북미 양자회담이 이어졌다.
93년 핵 위기 당시 북한은 ‘벼랑 끝 버티기’ ‘충돌 위협’ 등의 전략을 번갈아 쓰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행정부를 농락, 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에 성공했다. 또 98년 8월 미사일 발사로 북미 미사일회담을 재개시키며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 완화를 얻어냈다. 당시 북미 직접대화에서 성과를 올렸다고 판단하는 북한은 그래서 지금도 미국과의 협상에서는 자신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줄곧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뼈아픈 경험을 겪은 미국은 북한의 협상태도, 합의서 이행과정 등에 대해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다. 제네바 핵 합의를 이뤘지만 이행과정에서 북한은 합의를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미국은 이를 응징하지 못했다. 양자 합의였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현재 미국은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 등이 함께 하는 다자회담 틀을 선호한다. 즉 북한이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뿐 아니라 증인이 된 다른 나라도 응징에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 입장에서는 양자대화의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실제로 북한에 해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주고 받기’에 문제가 생겨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군사적 압박 카드를 꺼내야 하는데 이라크, 이란 문제 등에 발목이 잡힌 미국 입장에서는 그 조차도 선택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북한측에 양보를 해야 하는데, 미국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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