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첫 시집을 낸 김현정(가운데)씨와 남편 정화영 선교사, 어머니 김금재씨가 시를 통해 치유받은 이야기를 전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신효섭 기자>
라미라다 김현정씨
한살때부터 앓아
한쪽 몸 못가눠
2년여 시 공부끝
마음 치유 경험
“옛 생각땐 목메죠”
시는 누구에게 사랑 고백이 되고, 누구에게는 이념의 깃발이 되기도 하지만 뇌성마비 장애인 김현정(40)씨에게는 치유의 강한 손길이 됐다.
한 살때 뇌성마비로 왼쪽 뇌와 함께 오른편 반쪽이 비정상 장애인이 된 그녀는 얼마 전 첫 시집 ‘함께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창조문학사 발행)를 냈다. 시 공부 2년의 결실이다. 이 시집은 그녀 주위의 사람들에게 시집 이상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 공부 2년만에 사람이 변해버린 것이다.
그녀는 온 가족에게 우환 덩어리였다. 소리지르고, 대들고, 억지 부리고… 그녀 때문에 집안이 편할 날이 드물었다. 그녀는 상처투성이에 열등감과 소외감 덩어리였다. 평생을 장애에 시달려온 결과였다. 자연유산을 2차례 겪으면서 우울증이 더해졌다. 8년 전부터는 간질 증상도 겹쳤다. 심하면 간질 때문에 하루 2~3번도 넘어졌다. 가족들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 김금재(67)씨는 그녀의 김치공장(부에나팍 ‘한성김치’) 단골이던 문인귀(67)씨가 시인인 것을 알고 딸에게 시를 좀 가르쳐 봐 달라고 부탁했다. “노래도 미술도 안됐으니, 이번에는 시라도…” 하는 마음에서였다. ‘시와 사람들’이라는 시공부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 문 시인은 그녀의 ‘시 독선생’ 노릇을 했다. 일주에 한 번씩 만나 우선 마음부터 고쳐 나가기로 했다. “현정이, 뚜껑 자주 연다며? 성질부리는 것 20%만 줄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토마토를 심고 한 석달간 매일 관찰기를 쓰게 했다. 자라는 싹에서 모성을 발견하고, 관찰력을 키워 나갔다. 이들의 문학공부는 2년간 시 300편을 만들어 낼만큼 열심이었다.
김현정씨는 “나쁜 마음을 먹으면 시가 써지질 않았다”고 한다. 시와는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참아 나가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열리던 뚜껑은 이제 거의 열리지 않게 됐다. 놀랍게도 간질도 요즘은 3주에 한 번 가볍게 지나갈 정도로 호전됐다.
<2면에 계속·안상호 기자>
그녀는 요새 어머니의 표현 대로면 첫 시집을 낸 후‘붕 떠 있다’. 김현정씨는 “모든 것을 다 시로 옮겨 봤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도 위로받고 도움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그런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는“할일 없이 살다 갈 줄 알았다”던 딸의 변신이 놀랍고, 시 선생님에게는 너무 고맙고, 옛날을 생각하면 서러워서 요즘 자주 목이 멘다.
비오던 날 그녀가 시각장애인인 남편(정화영선교사·전 바디매오 중창단원)과 함께 우산을 쓰고 풀러튼의 한 설렁탕 집에 가면서 쓴 시‘빗속을 거닐며’는 다음과 같다.
‘빗속을 걸어가도/조그마한 우산을 함께 쓸/당신이 있어/나는 행복합니다//또 한 사람은 왼편이/또 한 사람은 오른편이 젖어도/한 사람의 오른편이/또 한 사람의 왼편이/사랑으로 이어놓은 따스한 길//이 길에 웃음꽃이 피어나고/피어나는 꽃들마다/내일의 웃음을 머금게 하는/빗속의 길/함께 걸을 수 있어/우리는 행복합니다’
출판기념회는 15일 오후 6시 애나하임의 ‘말씀의 집(1026 S. East St.)’. (714)690-0333, 726-7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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