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지배하는 양당체제다. 150년간 이러한 체제가 유지돼 왔다. 그래서 불만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도 적지 않다. 무언가 새로운 정치 체제를 고안할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신당 창당 움직임이다. 지난달 몇몇 정치전문가들이 거대 양당에 도전하기 위한 새 정치조직을 만들기 위해 인터넷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의 결집체는 ‘유니티08’(Unity08)로 명명됐다. 2008년 대선 후보를 내세울 목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과 보수당의 정강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이들의 노선의 중간 위치에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해나가려 하고 있다.
150년간 지속돼 온 굳건한 양당체제에 도전
‘유니티08’… 편향된 정치세력 득세에 반기
중도성향 유권자 겨냥해 인터넷 캠페인 가동
당 차원의 정책 대신 대선 후보의 정견에 맡겨
카리스마 지도자 없고 돈 없어 신당창당 한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유니티08’ 조직에 참여한 해밀턴 조던은 “양당에서 모두 강경파가 득세함에 따라 소외된 많은 유권자들을 규합할 기회가 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유니티08’이 헤쳐나가야 할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1850년대 노예문제로 미국이 시끌벅적할 때 태동한 공화당이래 새로운 신설 정당이 미국 정치에서 자리 잡은 예가 없다는 사실이 ‘유니티08’이 직면한 현실이다.
하지만 ‘유니티08’은 기죽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새로운 시대상황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또 이를 실행에 옮기는데 인터넷이 원군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 인터넷은 신당 창당과 뿌리 내리기를 한결 용이하게 할 것이란 믿음이다. 그래서 보다 적은 비용으로 수많은 유권자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인터넷 시대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메인주에서 무소속으로 두 차례 주지사를 지낸 앵거스 킹도 ‘유니티08’의 일원이다. 그는 “왜 지금 신당 창당을 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에 “인터넷 등 기술이 움직임을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워싱턴 DC의 정가에서 공화·민주 양당의 정치구도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경도 돼 상당수 유권자들이 이에 신물을 느끼고 있는지 여부가 궁금하다. 그리고 지금껏 인터넷은 파당적이고 이념적인 논쟁의 수단으로 주로 사용돼 온 점을 감안할 때 중도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통해 결집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양당의 강경파 득세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유니티08’이 이들을 새로운 정당이라는 하나의 깃발아래 모을 수 있을까 하는 현실적 물음이 제기된다.
온라인 정치 전문가인 마이클 콘필드는 ‘유니티08’에 대해 부정적이다. 환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후보도, 돈도 없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견해도 없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저 현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도피주의일 뿐이라고 폄훼했다.
이와 비슷한 시각은 자유주의 노선의 MoveOn.org의 워싱턴 디렉터 톰 맷치에게서도 나온다. 그는 양당의 극단적 편향성에 대한 반발은 제3당 창당의 기폭제라기보다 오히려 감성에 쏠려 구체적인 캠페인으로 전개되는 데 한계를 노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있거나 아니면 국가적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그저 인터넷만으로 정치적 구심점을 형성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이다.
실제 ‘유니티08’에는 이름이 알려진 지도자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는 없다. 카터의 비서실장이었던 조던, 메인 주지사를 지낸 킹, 카터의 언론 자문가였던 제럴드 래프스푼, 포드 대통령 자문가 도우 베일리 등이다. 하지만 ‘정치적 무게’가 모자란다.
이들은 프린스턴 여론조사연구팀이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미국이 너무 양극화돼 가고 있고 워싱턴이 이 문제 해소에 별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는 결과에 고무됐다. 양당의 강경세력에 의해 소외된 많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절실하다는 데 합일했다.
‘유니티08’은 자체 정강을 확정하지 않았다.
정책은 대선 후보들에게 일임하고 있다. 후보들이 중도 유권자들을 겨냥해 정책을 수립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라크 전쟁이나 에너지 문제 등에 대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는다. 실제 상당수 유권자들이 핫 이슈에 대해서 서로 다른 견해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자세가 ‘유니티08’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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