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배후 구설수
수백억 수의계약
철군 수순 밟는듯
그만하면 “배불리 먹었다.”
미국의 오일 서비스업체인 핼리버튼이 이라크의 ‘잔칫상’ 앞에서 물러난다. 육군 당국과의 단독 수의계약에 따라 이라크는 물론 아프가니스탄과 쿠웨이트 등지에 배치된 미군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데 필요한 모든 물품과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종 통신기기까지 공급해온 핼리버튼이 2003년 이후 3년만에 육군측 결정으로 ‘독상’을 물리게 된 것.
군 당국은 핼리버튼과의 계약종결 결정과 관련,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단일 회사에 의존하기보다 전문업체들과 분산 계약을 하는 것이 효율성과 위험 분산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이번 결정을 발표하면서 “핼리버튼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훌륭히 계약 의무를 이행했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주변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핼리버튼이 경쟁입찰을 통하지 않은 채 군 당국과의 수의계약만으로 엄청난 이권이 걸린 사업을 따내자 딕 체니(사진) 부통령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배후설’이 초장부터 설득력 있게 나돌았다. 물론 체니 부통령은 자신의 개입설을 완강히 부인했다.
핼리버튼을 둘러싼 잡음은 이 정도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 핼리버튼이 소다 한 상자를 45달러씩에 공급하고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식대를 이중으로 청구했으며 이들의 목욕물로 오염된 물을 대주었다는 내부 고발자의 주장이 연이어 불거졌다. 군 회계감사국도 10억달러에 달하는 혈세가 ‘의심스런 경비’로 핼리버튼에 지불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와중에서도 핼리버튼은 이라크 사업 총괄업체인 계열사 켈로그 브라운 & 루트 서비시스를 통해 지난 한해에만 70억달러를 거머쥐었으며, 올해에도 40억~50억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초기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졌던 2003년과 2004년의 수입까지 감안할 경우 핼리버튼이 이라크라는 ‘꿀단지’에서 챙긴 수입은 수백억달러 대에 이른다.
이처럼 특혜와 호사를 누려온 핼리버튼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시점과 관련,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발빼기 수순에 따른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은 국고 지원으로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과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한 각종 프로젝트들을 연이어 이라크 정부에 떠넘기고 있다. 민주적 직접 선거에 바탕해 합법적 정부가 구성된 만큼 공공 프로젝트의 관할권 역시 새 정부가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핼리버튼의 입장에서 보면 부시 행정부의 비호 하에 챙겨 먹을 만큼 먹은 다음 군 당국의 결정을 빌미 삼아 이미 파장으로 접어든 이라크의 잔치판에서 발을 빼는 셈이다.
핼리버튼의 ‘이라크 전성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부시 행정부와의 유착 및 특혜 시비는 이라크전의 다른 논란거리들과 함께 오랜동안 구설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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