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서로 만나야만 직성이 풀린다.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그것을 예증해 준다. 멀리서 안부만 확인하는 것은 미진하다. 만나서 얼싸안고 아무 얘기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인간에겐 만남의 광장이 필요하다. 세상살이하면서 나를 알아주는 친구 하나만 있으면 보람을 갖는다고 하나 곁에서 늘 들어줄 친구는 없다.
맥 다방은 그래서 존재하는 것 같다. LA 한인타운 7가와 웨스턴 코너에 있는 맥도널드의 한마당은 미흡하지만 일부 만족을 시켜준다. 맥 카페, 맥 학교, 혹은 한국의 옛날 다방을 연상하면서 맥 다방으로도 부른다.
‘맥’은 살아 숨쉬는 것을 상징한다. 맥이 없으면 죽은 사람이다.
인간냄새가 물씬 풍기는 맥 다방. 적은 돈으로 하루종일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며 막힌 곳이 아니라 열린 장소다. 비싼 커피샵마냥 시간의 제약을 받고 종업원들이 눈총을 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모여서 가까운 바닷가나 공원, 식당등에 가서 나름대로 즐길 수도 있고 가고 싶지 않으면 맥 다방에 있으면 된다.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그들과 어울리면 된다. 그늘진 곳에서 바둑, 장기도 둘 수 있고 모여서 대화할 수도 있다. 패티오가 있어서 담배도 피울 수 있고 시원한 바람도 쏘일 수 있다.
혼자 있는 기간이 길면 정신적 압박감에 왜 사는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된다. 만나서 얘기하고 눈으로 확인하면 사는 게 다 이런 것이로구나 알게 된다. 혼자 있으면 의욕을 상실하고 삶의 의미에 ‘토’를 달아 자살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맥 다방 사람들은 속사정을 다른 사람들에게 하소연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을 못해 병난 사람이 숲속에 가서 실컷 떠들고 병이 나았다는데…… 맥 다방에 가면 속앓이를 할 필요 없이 털어놓을 수도 있고 남의 사정을 듣다보면 자기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접한 사람들도 잘 사는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위안도 갖게 된다.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며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곳이다. 이 넓은 LA에 이민자들의 뒤풀이 광장인 맥 다방 같은 곳이 없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좌절했을까.
인생살이에 대화처럼 중요한 게 없다. 이를 충족시켜 주는 이 곳은 사랑이 충만한 곳. 맥 다방에 자주 들러 사랑을 나누자.
손가명/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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