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계열 처방약
개발비 핑계 부르는게 값
2~3년 생명 연장 대가
남은 가족들 빚더미 위에
지난해 6월 대장암 진단을 받은 프랭크 벡(62)은 자신의 ‘목숨 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대장암 말기 환자들의 예로 보아 치료를 계속한다 해도 그에게 남은 시간은 2년 정도. 물론 치료를 중단할 경우 잔여 수명은 더욱 짧아지겠지만, 구차한 연명을 위해 값비싼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이 과연 가치가 있는 일인지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난 6개월간 그의 치료비에 들어간 돈은 15만달러. 물론 보험사가 대부분의 치료비를 물어주지만 가족들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비용도 결코 만만치가 않다. 거주지인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암전문 병원이 있는 텍사스주의 휴스턴까지 이동하는데 들어가는 여행경비로 이미 1만2,000달러가 은행 잔고에서 빠져나갔다. 치료를 계속한다면 가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17세에서 38세에 이르는 7명의 자녀를 둔 그는 가족들의 등쌀에 못이기는 척 치료를 받고 있으나 그들이 치러야 하는 희생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시리다. 그래도 벡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지난 6월 암 치료 전문지 ‘캔서’(Cancer)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암 환자들이 치료비로 애를 먹고 있고, 5명 가운데 1명은 재정사정 때문에 치료를 아예 뒤로 미루고 있다.
환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암 전문치료를 받는데 들어가는 1일 평균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텍(생물공학) 계열 처방약 값이 지난 2005년 한해동안 무려 22%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다른 약값은 평균 3%가 올랐을 뿐인데 가뜩이나 비싼 바이오텍 처방약 값이 이처럼 뛰었으니 치료비는 덩달아 ‘고공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암 치료제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이유는 제약사들이 천문학적 액수인 개발비를 약품 값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벡의 대장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아바스틴(Avastin·사진)은 민간 제약사가 아닌 국립 암연구소(NCI)가 4,500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약품이다. NCI는 국립보건원(NIH)에 속한 기관이니 신약 개발비나 운영비 모두 납세자들이 낸 세금에서 충당된다. 아바스틴뿐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암 치료제의 절반 가량이 NCI에 의해 개발됐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벡은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국립기관이 개발한 치료제를 비싼 가격에 환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이중 과세’에 해당하는 ‘착취행위’”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그러나 아바스틴 판매사인 제넨텍은 NIC가 개발한 약품이라 해도 이를 시판하려면 NIC측에 수백만달러의 라이선스 피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판촉비를 부담해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명했다. 더구나 NIC가 완제품으로 약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아니기에 시판 라이선스를 딴 후에도 수백만달러 상당의 개발비를 들여야한다는 것.
게다가 외국과 달리 미국 정부에게는 제약사들이 책정한 약값을 통제할 권한이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프로그램 담당기관인 ‘메디케어 & 메디케이드 센터’도 연방법에 따라 제약사들과 직접 약값 협상을 벌일 수 없다.
사정이야 어쨌든 비싸기만 한 암 치료제 탓에 벡은 “가치 없는 삶”이라는 생각을 온전히 지우지 못한 채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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