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칼/럼
▶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사람의 마음은 사계절처럼, 아니 오늘 하루의 시간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처럼 고요했다가, 한 낮 중천에 떠 있는 태양처럼 이글거리다가, 해가 지는 황혼 빛처럼 풀이 죽어 느낌도 없을 때가 있다. 때로는 시냇물처럼 재잘거리고, 강물처럼 유유하고, 겨울 바람이 소나무 사이로 지나가는 소리처럼 냉랭하고 쌀쌀할 때가 있다. 요즘같이 더운 때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깨어지는 유리 그릇처럼 사람과의 관계가 멀어지고, 이유 없는 껄끄러움이 찾아오게 된다.
베트남 출신 팃낙한 스님은 그의 책 ‘화’에서 우리가 사는 곳 어디나 눈을 돌리면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것들만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어린아이나 어른이나 누구나 화를 낼 수 있고, 또 화를 내면서 살고 있는데 화를 낼 때는 감정적으로 처리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 화가 왜 났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마치 소나기와 같이 지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팃낙한 스님은 화가 나면 말을 많이 하게 되는데 화가 날수록 말을 삼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화가 나면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화가 나면 말을 많이 하게 된다. 화가 난 상태에서 말을 많이 함으로 인해서 말에 독을 품게 된다. 화가 남으로 인해서 부주의하게 내뱉는 말 한마디가 싸움의 불씨를 일으키고, 아무런 생각 없이 쏘아대는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파괴하게 된다.
사람이 화가 났을 때 자기 얼굴을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 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면 내가 화가 났을 때의 얼굴이 어떤 얼굴일 것인가를 짐작하게 된다. 그 얼굴은 천사의 얼굴이 아니라 악마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자제력과 이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성경에 스데반(Stephen) 집사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자기에게 불리한 증거를 말해서 자기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사람들을 향하여 그의 얼굴은 천사의 얼굴과 같았다고 성경은 말씀하고 있다. “공회 중에 앉은 사람들이 다 스데반을 주목하여 보니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과 같더라”(사도행전 6:15)
‘화’라고 하는 Anger는 위험하다고 하는 ‘Danger’라는 단어에서 D가 빠진 말이다. 화라고 하는 말과 위험하다고 하는 영어 단어의 관계가 그런 관계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화는 위험한 것이다. 화는 자기 자신을 무너지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넘어지게 하는 것이다. 화는 누구나가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다스려야만 하는 것이다. 존 맥스웰 목사(John Maxwell) 목사는 “우리가 어리석을 때는 세상을 정복하기를 원하지만 성숙했을 때는 자기 자신을 정복하기를 원한다”라는 말을 했다.
인생에서 사람과의 관계는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잠시 잠깐의 화로 인해서 오래된 관계가 깨진다면 너무 아쉬운 것이다.
성경은 말씀한다.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언 16:32)
참을 인(忍)자가 마음속에 있는 칼을 품은 화난 마음을 점 하나로 무디게 하는 글자인 것처럼 보인다. 만일 그대로 마음에 칼을 품으면 자기도 죽고 남도 죽는다. 그러나 그 칼의 날을 무디게 하면 나도 살고 너도 살게 된다. 화를 안 낼 수는 없지만 화를 다스려 시원한 여름을 즐겼으면 한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