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국경을 진격한 이스라엘 지상군이 헤즈볼라 전투원들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지금 레바논에서는 엄청난 수의 민간인이 희생돼 가고 있다.
1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탈출한 레바논에는 지금 힘없는 레바논 사람들만 남겨져 있다. 외국인이 빠져나간 뒤 공습이 더 심해 질 것이라는 불안이 레바논 전역을 휩쓸면서 걷잡을 수 없는 인명피해와 함께 레바논 남부에는 물과 식량, 의약품이 떨어져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을 겪어본 우리는 안다. 전쟁은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전쟁 앞에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얼마나 무참히 짓밟히는 것인가를… 테러집단이 나쁜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들을 응징한다면서 죄 없는 다수의 민간인을 살상하고 피차간 엄청난 희생을 초래하는 전쟁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자위권 행사를 넘어 전쟁범죄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에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가 수천년 인류의 역사에서 보아 왔듯이 전쟁과 증오는 또 다른 전쟁과 증오를 가져올 뿐 절대로 평화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다. 팔레스타인에서 지금 힘이 없는 자들은 강자의 논리아래 저처럼 부당하게 죽어가고 있지만 언젠가 그들이 다시 강자가 되었을 때 복수가 없으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 것을 우리는 뼈저리게 알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시선이 잠시 중동으로 옮겨져 있지만 한반도에도 지금 어느 때보다 위급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이 된 북한은 남한에 대해 이산가족 계획을 중단하고 금강산 면회소 건설요원들의 철수를 요구하는 등 옹니를 부리고 있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협박 외교를 거둬들이고 6자회담에 돌아와야 한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선제공격론을 펴며 침략주의 근성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은 이제 냉정을 되찾기 바라고 중국이나 러시아는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정착이 자국의 이익에 절대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한반도 평화에 적극 기여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는 명분을 세워주며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완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악의 상황일 때가 역설적으로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세계 경제로부터 철저히 격리시켜 왔다. 그 속에서 북한 정권은 미사일 수출, 마약거래 화폐위조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정상적인 수단이 막히자 불법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전문 칼럼리스트 존 페퍼가 지적했듯이 격리정책은 북한을 치유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으며 북한을 세계화로 끌어내는데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된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를 풀어주는 당근을 주면서 핵을 포기하고 평화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해 부시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 어려운 숙제를 풀어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그동안 근근히 유지돼 오던 남북간 긴장완화의 창구가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군사적으로 남북한이 대치돼 있는 우리 현실에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고 전쟁 없는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보다 우선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김용현
한미평화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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