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이 가까워 온다. 이날만큼은 성조기 대신 태극기를 올려야겠다. 그리고 해방된 그날 서로 부둥켜안고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고 눈물로 노래했던 감격을 되새겨 보아야겠다. 그때는 우리가 모두 한마음이었다.
그런데 지난 2일 날짜의 한국일보 사회면에 “광복절 기념행사 ‘반쪽‘되나”라는 걱정스러운 기사를 보았다. 가슴이 답답해 진다.
광복절을 맞아 독립 유공자 초청 위로연을 개최하려는 3.1 여성 동지회에 대해 다른 단체가 친일 논란을 제기하며 불참을 선언했다는 내용이었다. 3.1 여성동지회는 최근 한국 정부가 친일 인사로 분류한 황신덕 선생이 단체 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현재도 그의 딸이 단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단체의 행사에 독립 유공자들이 참여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는 주장이다.
본래 3.1여성 동지회는 1967년에 황애덕 선생을 중심으로, 항일 독립운동의 선봉에 섰던 여성들 20여분이 발의하여 세워진 단체이다. 황애덕 선생은 바로 친일파로 분류된 황신덕 선생의 맏언니가 된다. 황애덕 선생은 김마리아씨와 같이 YWCA사건으로 6개월간 서대문 감옥에 투옥된 바 있고 출옥 후 대한애국부인회사건으로도 옥고를 치른 분이다.
막내 동생인 황신덕 선생은 모태 신앙인으로 어린 시절부터 언니를 통해서 나라 잃은 설음을 겪으며 자랐다. 학업을 마친 후 선생은 나라를 구하는 길은 오직 교육밖에 없다고 확신하여 이 왕가의 박찬주 여사의 도움을 얻어 1940년 여학교를 세웠다.
당시 일제는 마지막 발악으로 남자는 징용으로 끌고 가고 여자는 정신대로 끌고 가는데 지식인들을 많이 이용하였다. 황신덕 선생이 위대한 교육자로서 나라에 큰 공헌을 했으나 이 정신대문제로 친일파 누명을 쓰고 계시다. 포악한 일경의 총부리를 피할 수가 없었던 때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화대학의 김활란 전 총장도 친일파로 분류되었는데 1943년 일제는 대학을 전문학교로 낮추더니 ‘여자 청년 연성소‘로 바꾸라고 윽박질렀다.
김 총장은 이름을 고치면서도 학교를 붙들고 나갔고 이를 본 동창들이 크게 항의하자 “그럼 학교를 버리라는 말이냐. 이스라엘도 가나안 복지로 가는데 40년이 걸린 것을 모르느냐”고 했다는 글이 ‘THE EWHA’21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나라가 약하면 이 지경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황신덕 선생은 매해 3.1절이면 전국에 흩어져 계시는 독립운동가들을 모시고 학생들 앞에서 찬하회를 베풀고 독립운동 당시의 실상을 듣게 하는 일을 10년 동안 계속 하였다. 나라에서도 미쳐 못하던 사업을 선생이 해낸 것이다.
필자는 당시 교사 기자로서 황 선생님과 같이 유공자들을 찾아가 직접 말씀을 받아 적으며 여러번 감동한 일을 기억한다. 유관순 열사의 오라버니 유관옥 선생과 김성수 선생의 부인 이아주 여사의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아주 여사는 일본인 재판장 앞에서 더 독립 만세를 부르겠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가 독립할 때까지 만세를 부를 거다”고 했다. 같이 재판을 받던 김성수 선생은 당시 상처한 뒤라 예쁘고 독립정신 투철한 이 여사의 고향으로 찾아가 청혼하였다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일생 교육으로 나라에 헌신한 큰공은 덮고 어쩔 수 없었던 시절의 한 행위만 들쳐 내며 친일파로 몰아세우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본다.
이제 미국에는 독립 유공자들이 단 세분만 남았을 뿐이다. 모두 90이 넘어 너무나 연로하신 독립 유공자들을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드릴지를 생각하는 데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야 하겠다. 우리 모두 8.15를 맞아 흙 다시 만져보자며 같이 부둥켜안고 한마음으로 울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
정옥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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