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 주 게리의 한 은행. 텔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 고객이 카운터에 1센트짜리 동전을 수북이 쏟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수천 개는 됐을 게다. 이 고객은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온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고의로 이렇게 했다. 이 고객 뿐 아니다. 10명이 더 줄을 서 있었다. 모두들 동전을 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국 조직인 에이콘(Acorn: Association of Community Organizations for Reform Now) 멤버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제 때 난방비를 남부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전기를 끊어버린 북인디애나 유틸리티 회사의 경영진들에게 보란 듯이 이렇게 했다.
전국 규모의 민간 차원 빈곤추방 운동 조직
36년 전 아칸소에 창립, 현재 106개 도시에 지부
회원 20만 명 계속 증가… 올해 예산 3,750만달러
최저임금 등 핫이슈 놓고 서명캠페인, 평화가두시위
주민 오스카 벅스(69)는 돈이 없어 난방비를 납부하지 못했다. 그러자 회사가 1,300달러 고지서를 내보냈다. 당연히 벅스는 이를 낼 형편이 안됐다. 그러자 회사 측은 수개월간 전기를 끊어버렸다. 벅스는 밤에 플래시를 갖고 생활하고 있다.
한편 시카고에서는 에이콘 멤버들이 저소득층 주거지를 돌면서 서명운동을 벌였다. 월마트와 같은 대형 할인점으로 하여금 노동자들에게 시간당 10달러의 임금과 베니핏을 제공할 것을 명문화하는 법을 제안하자는 서명운동이다.
다른 10여개 도시에서는 에이콘 멤버들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들의 권익옹호를 위한 ‘비폭력 투쟁’을 벌였다. 저소득층 피해자들에게 부문별한 대출을 해주는 융자기관에 항의했다. 결국 저소득층을 옭아매는 ‘독소조항’을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에이콘은 전국 106개 도시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 회원은 약 20만 명. 최근 수년 간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지역에 기반을 둔 빈곤추방그룹이다. 대의명분을 갖고 전국에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가가호호 방문해 주민들의 의식을 제고한다. 그리고 평화적인 가두시위도 벌인다.
에이콘은 향후 5년 간 매년 20개의 도시에 지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워싱턴을 장악한 보수 세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다. 36년 전 아칸소 주에서 에이콘을 창립한 웨이드 레스키(56)는 “에이콘 프로그램이 어디를 가든 주민들의 호응을 자아낸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에이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에이콘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 반대하는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빈곤층을 돕는 게 아니라 해를 끼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에이콘은 저소득층 노동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으며 민주당 정치인들의 주의를 끌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연방상원의원, 존 에드워드 전 상원의원,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 등 쟁쟁한 정치인들이 에이콘 모임에 참석해 연설했다. 전문가들은 작금의 소위 시민운동이 미국 사회와 정치 지형을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비축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에 대한 불만이 저소득층 사이에서 팽배해 있음을 반증하며 이러한 불만이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콘 창립자인 레스키는 그러나 급진적인 변화를 모색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는 사회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도모한다. 정치가 사회에서 소외받는 계층을 아우를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변해가길 고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에이콘의 올해 예산은 3,750만달러. 이 가운데 300만달러만 회원들이 내는 회비로 충당한다. 예산의 대부분은 각종 재단, 사기업, 그리고 파트너십 기업들로부터 모금된다. 일례로 하우스홀드 파이낸셜 코퍼레이션(Household Financial Corporation)은 에이콘이 모기지 융자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커뮤니티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전국 각 도시에 자리 잡은 지부들은 주로 지역 이슈를 다룬다. 뉴욕의 경우 에이콘 멤버들은 시 관계당국으로 하여금 빈 터를 청소해 학교를 짓는 방안 등을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에이콘이 다른 지역 단체들과 현저하게 다른 점은 바로 전국적인 네트웍 보유에 있다. 그만큼 파워가 막강하다는 것이다.
주요 이슈일 경우 전국적인 캠페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에이콘은 여러 도시 지부들이 합세해 셔윈 윌리엄스 페인트회사에게 페인트에 납 함량을 줄이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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