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경찰, ‘문제아 100명’ 리스트 작성
직접 또는 가족·친지·친구 등 통해 간접 접촉
법원에 불러 채찍·당근 제시하며 ‘협조’ 유도
직업교육 강화 등 갱생지원 프로그램 활성화
“범죄 예방 효과 있다” 전국 대도시들 관심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주민들과 치안당국은 범죄로 골치를 썩고 있다. 살인 사건이 증가하고 각종 강력범죄가 끊이질 않는다. 치안당국이 ‘묘책’을 찾았다. ‘이에는 이로’가 아니라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이 오클랜드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문제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다. 오클랜드 경찰은 우범자 100명 리스트를 작성해 이들과 개별 접촉할 방침이다. 이들은 주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자들이다. 이들은 출옥 뒤에도 계속 커뮤니티를 위협하고 있으며 법질서를 교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방안에 따르면 범법자나 우범자들은 법원에 출두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앞으로는 바르게 살겠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 경찰부국장 하워드 조던은 “이들은 커뮤니티를 불안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증거도 있다. 그러나 당장에 이들을 잡아넣는 것보다 경찰이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킨다. 만일 똑바로 행동하지 않으면 단단히 혼날 것이란 경고도 잊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작전 명 ‘휴전’(오퍼레이션 시스파이어: Operation Cease-Fire)인 이 프로그램은 사실 10여 년 전 보스턴에서 실시됐다. 보스턴 경찰당국이 갱들과 우범자들과 당당하게 대화에 나섬으로써 수개월 만에 범죄가 크게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래서 이를 두고 ‘보스턴 기적’이라고 부른다. 시카고, LA, 샌프란시스코 등 범죄가 많은 대도시에서도 이를 본 땄었다. 한 때 보스턴의 기적을 일궈냈던 경찰 당국은 최근 범죄가 다시금 고개를 들자 과거에 효력을 내던 프로그램을 다시 꺼내 집행하고 있다.
존 제이 칼리지의 형법교수인 데이빗 케네디는 “오클랜드의 대화 방법은 범죄의 원인을 찾아내 이를 제거하려는 중요한 접근법”이라고 평가했다. 오클랜드를 방문해 경찰국 관계자들과 작전 ‘휴전’에 대해 논의한 케네디 교수는 “오클랜드는 범죄가 많이 발생하지만 정작 그 진원지에는 소수의 우범자들이 몰려 있다. 그러므로 이들과 직접적으로 맞닥뜨려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경찰국의 태도는 분위기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오클랜드의 100명 리스트에는 집행유예나 조기출소자들이 상당수다. 아직 범법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위험인물로 지목될 경우 가족이나 친지, 친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촉한다. 경찰에 협조할 것을 권유한다. 일단 법정에 나오면, 경고를 준다. “이번에는 눈감아주겠지만 또 위험한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체포하겠다”고 겁준다.
이들 우범자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익명으로 조용히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포되면 이미 때는 늦게 된다. 작전 ‘휴전’은 그래서 범죄에 대한 예방차원의 접근법이다.
작전 ‘휴전’은 채찍과 당근을 겸비하고 있다. 당국에 협조적인 우범자들에게는 마약과 술 문제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직업훈련도 시켜 갱생의 길을 걷게 한다. 물론 기존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를 한층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우범자들을 방치하고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잡아가두는 게 아니라 미연에 이들을 찾아내 커뮤니티로 끌어들이는 적극적인 방범전략이다.
오클랜드는 다른 대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범죄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해 살인사건이 94건 발생했는데 올핸 8월 현재 89건이나 일어났다.
이대로 가다간 작년 기록을 깰 게 자명하다. 강도, 폭행 등도 다반사다. 최근 백주대낮에 89세 할머니가 집 뜰에서 물을 주다 마약 중독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엽기적인 일도 벌어졌다.
경찰로서는 무고한 시민이 더 이상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비법’을 강구해야 할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 바로 작전 ‘휴전’이다. 인근 스탁튼에서는 1997년부터 이와 유사한 전략을 수립해 시행했다.
우범자들을 강력 단속해 체포하고 우범지대를 순찰하면서 적극적인 방범 예방을 한다. 그리고 오클랜드에서 하는 것과 같은 예방차원의 포럼을 마련한다.
오클랜드의 프로그램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사람들을 무조건 체포하거나 법원에 소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는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 오클랜드 경찰도 이를 잘 안다. 그러므로 리스트에 올라 있는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킬 것이 거의 확실시 될 경우에 한해서 움직인다. 우범자들을 아주 신중하게 다룬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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