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연방 하원의원, 애틀랜타 시장, 유엔 대사,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최 측근 참모 - 흑인 사회에서는 절대적인 인물인 앤드류 영 대사가 지난달 초 로스앤젤레스 센티널 지와의 대화에서 한인을 비하하는 말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 흑인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며 말라빠진 빵, 저질의 고기, 시든 야채 등을 팔아 이익을 챙긴 무리들이 있지 않은가. 유대인들, 한인들 그리고 아랍인들이 아닌가. 이 가게들을 소유하고 있는 흑인들은 사실이지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의 이런 말에 대해 신랄한 비난의 반응이 뒤따랐다. 인종차별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흑인 인사가 어떻게 이렇게 특정 인종을 지목하여 모욕할 수 있느냐고 한인 사회는 불만과 항의를 표명하였다. 매우 난처해진 영 전 대사는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면서 사과의 뜻을 표했다. 측근들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애틀랜타 한인회를 직접 방문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서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급기야 가주식품상협회가 그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영이 한 말은 역사적으로 볼 때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19세기 중엽 남북전쟁이 끝난 무렵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흑인 빈민가로 유대인 소매상들이 몰렸다. 유대인들은 이 게토에서 거두어들인 이익으로 2세들을 교육시켜 전문직종으로 자리를 잡게 되자 1970년대, 80년대 이민 대열에 끼여 몰려온 한인들이 이들의 사업체를 넘겨받았다.
어디에나 예외는 있겠지마는 일반적으로 한인들도 유대인 못지 않은 상술로 돈을 벌어 중산층이 되고 차세대를 주류 사회로 길러내면서 약진의 틀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우리 한인들이 떠나면 아랍인들의 차례인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흑인들은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다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자기네들은 미국에 발을 붙인 지 400년이 넘는다. 문자 그대로 피와 땀으로 미국을 이룩하는데 이바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기를 못 펴게 백인들이 핍박한 여파로 지금도 빈곤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착취만 당하고 있다.
한편 이들의 인권운동가 킹 목사 등의 공로로 쟁취한 인권법으로 우리는 무임승차하여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아직도 흑인들은 우리의 고객이다. 이들은 한국전쟁에서도 많이 희생되었다. 불과 얼마 전 우리가 하인즈 워드 같은 인물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도 잊지 말자.
유대인들은 영의 말에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이들은 이미 주류 지배층에 포진하고 있으니 관대히 지나칠 수 있다는 여유를 보인 것이다.
우리 한인들은 아직 유대인들에게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핍박과 모욕만 당해온 흑인들인 만큼 나름대로 인종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며 이해하는 여유를 가질 수는 없을까. 흑인사회의 이 저명한 인사가 사과까지 했는데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를 곤경에 몰아넣는 것을 흑인들은 기억할 것이다.
그 여파는 어떨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한흑 관계에 기여할 것인가. 4.29는 왜 일어났었는가. 오히려 이번에 흑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각성하며 정리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미국은 많은 인종들이 같이 사는 사회이다. 타인의 운신의 폭을 인정해 주는 관용을 보일 때 우리도 성숙할 것이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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