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이 다음달 1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유력 야당 후보가 빈민가를 찾아 들어가 유세를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 소속 제랄도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는 전날 리우 데 자네이루 시내 최대의 빈민가인 로싱야 지역에서 주민들에게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로싱야 지역은 브라질은 물론 중남미에서 가장 위험한 빈민가 중 하나. 수시로 경찰과 마약조직원, 마약조직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경찰조차 접근을 꺼리면서 현지 언론으로부터 그들만의 정부가 존재한다는 말을 듣고 있는 곳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알키민 전 주지사의 유세를 마약조직원이 경호했다는 점이다. PSDB 당원들도 수행원으로 뒤를 따랐지만 구경꾼에 불과했다.
이날 알키민 전 주지사의 경호 책임자(?)는 로싱야 생활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윌리암 데 올리베이라라는 인물이었다. 지난해 마약밀매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경력이 말해주듯 그 역시 마약조직원이다.
알키민 전 주지사 일행은 로싱야 지역의 입구에서부터 통과의례를 거쳐야 했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출입문 담당자는 로싱야는 우리가 지배하고 있으며, 수상한 물건을 소지하고 있으면 총알이 당신을 삼켜버릴 것이다는 주의를 듣고 검문검색을 통과했다.
길거리 곳곳에 배치된 마약조직원들은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알키민 전 주지사의 유세를 지켜봤다.
이 지역을 통제하는 마약조직의 지시로 무장해제 조치가 취해진 탓에 별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권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한 채 오토바이를 타고 순찰활동을 벌이는 마약조직원과 주민들로부터 정부의 빈민가 정책에 대한 거센 불만이 터져나오는 등 살벌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알키민 전 주지사의 로싱야 방문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에게 크게 밀리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로싱야 지역 주민들이 부유층 정당으로 알려진 PSDB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알키민 전 주지사 외에도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총선에 출마한 의원 후보들도 최근들어 잇따라 로싱야 지역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행정력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빈민가에서 마약조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대선 및 총선 후보들이 유세를 벌이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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