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돌연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3일 “앞으로 안전성이 철저히 담보된 핵실험을 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북한은 외교술의 양면인 유도와 압박을 십분 활용하는데 이력이 트인지 오래이다. 그 면에서 비범한 용기와 기술을 발휘하고 있다. 북한 체제에서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결심하고 추종 세력, 특히 군 세력이 밀면 그만이다.
견제와 균형, 그리고 절차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보면 대단한 용기이다. 이런 도발행위를 정책수단으로 자주 쓰다 보면 나름대로 기술도 있어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 선언은 이들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궁극적 목적이란 바로 현존 체제 보장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불가침 약속,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테러 불량 국가라는 낙인에서 벗어나려 하며, 남한의 원조와 국제적 지원강화, 국내 체제지지 결속 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북한은 이 조건들의 현실화를 부단히 추구해왔다.
이번 핵실험 선언도 이러한 북한정부의 연속적 노력의 일환인데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에 아주 구체적으로 핵실험을 하겠다는 의도를 표명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의도가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선언은 국제사회에 북한을 핵 국가로 인식시키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인도나 파키스탄과 다름없다는 것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런 발표가 몰고 올 파장을 북한이 생각 안 했을 리 없다. 미국의 선제 공격, 경제제재 강화, 일본의 핵무장 빌미, 남북한 관계악화,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국제사회의 동요 등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그러면 시기적으로 왜 지금 발표를 했으며 핵실험은 정말 할 것인가.
시기적으로는 미국의 어려운 틈바구니를 이용하자는 계산일 것이다. 미국은 지금 악화 일로의 이라크 사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반란 증폭, 국내 여론을 흔드는 비판적 전쟁 보고서 그로 인한 부시 대통령의 인기하락 등으로 상황이 좋지가 않다.
11월초 미국의 중간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여러 국내외 정책 실책 등으로 잔뜩 긴장되어 있는 부시 정부에 압박을 가하여 양보를 구해 내거나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손익계산에서 핵실험 선언을 하는 것이 이득이 크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핵실험 선언에서 실행으로까지 밀고 나갈까. 실행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겠다.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의 제재와 저항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이 벌써 금융 제재 에 일부 들어갔다. 이것은 곧 평양 통치자금 고갈과 직결된다.
핵실험을 실행한다면 지하 실험일 될 것이다. 이럴 경우 실행 증거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인정 불가론이 있을 것이다. 초기 단계적 실험으로 선전 효과 증대를 노린 것이 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핵실험 선언을 함으로써 노리는 것이 무엇이든 국제사회는 긴장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힘을 합쳐서 다방면으로 저지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은 결과적으로 북한에도 세계질서에도 득이 안 되는 일이다.
차만재
칼스테이트 프레스노 정치학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