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의 기준중 으뜸은 은혜에 감사하며 이를 갚고자 함에 있다. 우리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을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 인간의 첫째도리이기에 그렇지 못한 자를 패륜아라 한다.
조국근대화를 이룬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인권이 유린될 때 인권 신장을 위하여 헌신한 야인 김대중 선생의 과거를 우리는 잘 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 또 일본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눈부신 활동을 하였고 반 박정희의 선봉장이었기에 1974년 일본 동경에서 당시의 중앙정보부요원에 납치되어 동해바다에서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수장되어 상어 밥이 될 뻔하였다. 알려진 바에는 미국 CIA에서 이를 알고 “절대로 생명에 위해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우리정부에 요청하였기에 그가 무사했다 한다.
말하자면 미국정부는, 그리고 그를 지지해준 미국정치인들은 김대중 선생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인 것이다. 그런데 그 후 대한민국 대통령까지 지낸 그분의 언행은 반미일변도여서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는 대한민국의 적화통일만을 외치는 김정일 집단의 온갖 비인도적 폭력에는 눈감고 그와 어깨동무하려하고 비위만을 맞추려 하고 있다. 지난 9일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에서 비핵화를 선언한 남북 합의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으며 핵확산을 예방코자 하는 전 세계가 김정일을 지탄하건만 DJ만은 그를 두둔할 뿐만 아니라 미국을 탓하고 있다. 그가 2000년 6월에 만나줬기에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으니 그 고마움이 남아 있으리라. 그는 김정일에게 5억 달러라는 엄청난 거금을 안겨주고도 부끄러움이나 양심의 가책도 없는가.
민주투사였던 김대중 선생에게 묻고 싶다. 김정일은 민주주의자인가 아닌가? 북한 형제들에게 자유가 있는가? 박정희 정권은 타도의 대상이지만 김정일 장군은 존경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김대중 선생이 70년대의 그 모습으로 돌아가서 김정일 타도의 선봉장이 되고 생명을 구해준 미국의 은혜를 갚는 새사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청와대 오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날카롭게 지적한 것처럼 소위 햇볕정책은 북한주민에게는 조금도 쪼여지지 않고 김정일이 일당에게만 따스한 담요를 덮어준 격임을 깨닫고 더 이상 미련 갖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경호/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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