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결실의 계절인 가을이다. 벌써 한글학교의 일을 시작한지도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많은 나눈 대화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난 여름방학을 통해서 “한글 10일 만에 빨리 가르치기”를 목표로 내건 한글 캠프에 조인했었다. 100여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한글과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 한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일을 제 10차에 걸쳐 강행군했다.
해이해진 이민 생활 속에서 너무나 풍부하게 먹고 부족함이 없는 생활권 속에서 자라가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에게 그곳은 마치 철조망만 없는 군부대 그 자체였다. 빈틈없이 짜여진 스케줄대로 모든 일은 진행되었다. 틀에 박힌 이민생활의 고달픔 속에서도 내 자식 한글 한번 멋지게 읽게 해 보겠다고 한글 가르치기에 정성을 쏟는 부모들의 열성에 힘입어 우리 팀은 한글을 읽히는 일에 초점을 맞춰 이미 영어 발음에 길이 들어진 모든 학생들에게 한글 발음으로 교정 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삼일이면 한글을 읽어 내려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 주고 싶을 정도로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도와주는 우리 한민족의 특성인 상부상조의 정신이 어느덧 아이들 사이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놀라워! 신기해! 자신 있어! 아우!”를 외쳐댔다.
이미 오래 전에 이민을 와서 생계에 매달려 미쳐 한글을 배우는 일에 투자를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조인한 직장인 자녀, 군인, 대학생들로 구성된 어덜트 반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주일 휴가를 내고 참석한 그들은 말할 수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3편의 읽기 교과서를 모든 노력을 다해 해냈다.
한글을 배우지 않게 하면서 2세들에게 한인 아이덴티티를 심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한글 배우는 일은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 짧더라도 얼마나 집중력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모든 2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자.
김향춘/ 한글학교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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