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중간선거의 쟁점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이라크 전쟁의 좌절감이었다. 2003년 미군은 이라크 수비대의 저항 없이 바그다드를 점령한 뒤에 미군의 탱크와 장갑차가 시내를 관통하였다.
이라크를 점령하던 날의 군인들의 사기가 넘쳤다. 독재자로부터 이라크 국민의 해방과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국가로 탄생시킨다는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 침공이 3년 반이나 지나면서 미군 사망자가 늘어나고 전쟁의 명분도 잃어가고 있다.
무차별 폭격으로 온 가족을 한 순간에 잃고 혼자 살아남은 12세 소년의 양쪽 팔이 잘려나간 기사는 충격적이었다. 의료시설이 파괴되어 기능이 마비된 병원 침대에 두 팔을 잃고 나무토막처럼 누워있던 초점을 잃은 소년의 절망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그 아이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러나 이런 비극은 시작일 뿐 지금도 이라크는 하늘을 치솟는 불기둥, 무너지고 파괴된 건물, 음식, 생활필수품도 물도 부족하고 생계도 어려운 삶의 뿌리를 잃은 아비규환의 수라장이다.
지금쯤은 네오콘 주역들이 군사력으로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슬로건으로 이끈 이라크 침공은 악몽으로 마뀌었다. 지금쯤 그들은 중간선거 참패로 얼어붙은 차가운 현실의 체감온도를 어느 정도 느끼고 있을까?
이번 선거의 민주당 압승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기보다 이라크 전쟁의 실책을 저지른 무능한 정부를 겨냥해서 집중적으로 쏘아댄 화살이다. 중동의 이라크의 사막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모래바람은 미국 중간선거에도 불어 닥쳤다. 이라크에 참전하고 있는 거친 모래바람으로 충혈된 눈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이 매일 시달리고 있는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박민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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