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외식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나주옥 목사(앞줄 가운데) 가족들과 울타리선교회 자원봉사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승관 기자>
오갈데 없는 한인들 모아 함께 사는 나주옥 목사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정이 통하는 가족이랍니다” 배로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9남매와 뒤엉켜 바람잘 날 없이 살아가고 있는 울타리선교회 나주옥(62) 목사 가족. 이들의 만남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7년전 나 목사가 지금은 성인이 된 제니퍼의 법적 후견인을 맡게 되면서 씨앗이 뿌려졌다. 이후 나 목사가 포스터홈(위탁가정) 자격까지 얻게 되면서, LA카운티 아동보호국에서는 한인 아이들이 생기면 무조건 나 목사에게 보냈다.
아이들은 항상 넘쳐났고, 성년이 된 아이들도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집을 독립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미성년 6명, 성인 3명의 자녀들과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이 됐다.
나 목사는 “1999년 소외된 자들과 홈리스 선교를 위해 선교회를 만들어 시작하려는데 교회 담임목사의 부탁으로 제니퍼의 법적 후견인도 맡게 됐다”면서 “친구인 샘 윤이 카운티 아동보호국에 취직하면서 포스터홈을 해볼 것을 권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늘면서 가장 큰 고통은 마땅한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만으로는 집세를 감당하기도 버거웠고, 집주인들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의 웨스트모어랜드와 17가의 집에 자리를 잡기까지 퇴거도 수차례 당했다.
이렇게 나 목사를 어머니, 아버지보다도 더 살가운 ‘이모’라 부르며 이 집을 거쳐갔거나 머물고 있는 자식들의 수는 총 18명. 데이빗과 혜진이는 각각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13년간 포스터홈만 옮겨다니며 방황하다가 나목사 가정에서 안정을 찾은 찰스는 장학금을 받고 워싱턴대학에 다니며 소셜워커가 되겠다는 꿈을 불태우고 있다.
<4면에 계속·배형직 기자>
마약을 제대로 끊지 못했던 3명은 안타깝게도 이곳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갔다.
나목사는 “LA카운티 포스터홈은 대부분 흑인이나 히스패닉 가정에서 운영하고, 가정이라기보다는 지원금을 노려 사업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 아이들에겐 참담한 경우도 많다”면서 “빠듯한 지원금이 부족하지만 생활비는 선교회로 들어오는 후원금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나목사는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 것’과 ‘학교를 빠지지 말 것’ 등 딱 두가지를 주문한다. 3개월은 말그대로 엉망이지만 반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나목사의 공식호칭인 ‘이모’를 밥먹듯이 불러댄다고 한다.
한번은 남자녀석 둘이 싸움이 대판 붙어서 거울이 깨지고 피가나는 상황이 돼서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포스터홈이란 말을 듣고 경찰차 3대, 소방차, 앰뷸런스까지 출동하는 소동도 있었다.
나목사와 지난 7년간 함께 살았고 이젠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제니퍼(21)양은 “이모와 함께 살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결혼하겠다고 했더니 이모가 삐진 것 같다”면서 “이모가 만들어준 가족이 없었다면 나에게도 미래가 없었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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