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유명한 것 앞에는 수식어가 안 붙는다. 노벨상이나 아카데미상 앞에 “세계적으로 귄위있는” 따위의 수식어는 필요없다. “명문 하버드 대학교” 가 아니라 그냥 “하버드 대학교” 이다. 보잘것 없는 것들이 요란한 수식어로 자기과장을 한다.
한국에서 온 친구들 가운데 제법 돈이 많고 권력의 한 자락이라고 쥐고 있는 친구들은 위선으로 포장된 겸손에서 일지라도 자기 낮춤의 미덕을 보이는 이가 더러 있다.
그런데 엊그제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체의 제법 큰 자리를 차지하고있는 한 친구가 왔다길래 다른 친구들의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동창 모임에 갔다.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온 이 친구는 틈만나면 자기자랑을 늘어놓았다.
휘하에 거느린 수천명의 직원들 위에 군림하는 자신의 위상을 자랑하고 퇴직을 하려해도 회사 오너의 간절한 청을 뿌리칠 수 없어 퇴직을 못하고 있다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고 강남의 넓은 아파트와 거리낌없는 자신의 씀씀이를 자랑했다. 물론 회사 오너나 그 친인척 앞에만 서면 왜소해지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은 자랑하지 않았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한국의 소위 지도층에 속할 만한 친구가 보여준 속물적 자기도취가 부끄럽다. 이 신분과시증은 일부 한국 국민, 나아가서 이곳 일부 한인들의 단면상이다.
그러나 건전한 사회발전을 이끄는 다수의 친구들이 있어 희망적이다. 30~40년 전에 미국에 건너와 자식들도 훌륭히 키우고 60평이 아니라 수백 수천평의 집에서 여유롭게 사는 이곳의 내 친구들은 “한국 친구” 의 자기자랑을 마치 뚜르게네프의 “첫사랑” 이야기인양 흥미있게 들어주었다. 모처럼 만난 친구의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입조심을 하면서. 겸양을 체득한 벗들이다.
김건태 / 노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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