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사건이 있기 이전 캐나다를 왕복하는 일은 마치 어느 주의 경계를 건너다니는 것과도 같이 전혀 부담 없는 일이었다. 운전면허증만 있어도 되고, 또 어느 때는 그것마저 보일 필요도 없이 그냥 통과하면서 국경을 넘나들었다.
몬트리얼 공항을 통해서 뉴욕으로 돌아올 때 공항에서 미국 이민국을 거치게 된다. 동행하는 미국인 동료나 직원들과 같이 올 때 다른 사람들은 얼굴만 쳐다보고 통과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한테는 빠지지 않고 꼭 물어본다.
미국 어디에 사느냐, 며칠 있다 가느냐, 또 어떤 때는 운전면허증을 보자고도 한다. 먼저 통과한 직원들은 멀리서 민망한 듯(?) 이쪽을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나를 기다려 준다. 이민국 직원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겠지만 나에게는 어딘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비록 시민권을 가졌더라도 다른 미국사람들이 나를 볼 때에 분명 외국인이다. 하루 종일 미국사람들 하고 같이 일하고 생활하면 나도 그들 중의 하나이거니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면서 거울을 볼 때에야 비로소 “나는 동양 사람이구나” 하며 나를 찾게 된다.
우리는 동등하고 능력만 있으면 누구한테도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말들을 한다. 그러나 과연 이민 1세들의 현주소가 그러한지 의심스럽다.
우리 2세들의 생각은 적어도 우리와는 다르다. 2세들은 우리가 느끼는 것들에 덜 민감하거나 아니면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아주 떳떳하게 사는 것 같다. 그들이 장하다. 이곳 주류사회의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 참 멋지다. 우리보다 훨씬 나은 삶을, 더 풍요한 삶을 영위할 것에는 틀림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양사람을 ‘오리엔탈’이라고 부르던 이들이 이제는 차츰 ‘에이시언’이라고 부르려고 애쓰는 것만 보더라도 시대는 급속히 변하고 있다. 우리 이민 2세, 3세들의 시대는 분명히 밝을 것 같다.
호기선/하버 그룹 수석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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