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이라 하면 80년대와 90년대 초 군사 독재 정권에 맞서 자유와 민주를 위해 투쟁하던 젊은 운동권 세대를 통칭하여 이르는 말이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해가 81년이니 사실 나는 386을 비껴간 세대가 맞다.
그럼에도 순전히 아이가 늦은 이유로 요즘 내가 만나는 여인들은 반짝 반짝한 386세대가 태반이다. 아이들 키우는 얘기에 살림 사는 솜씨에 그들의 총기를 보태고 계획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코리안 아메리칸의 출중함이 어디서 왔는지 눈치 챌 수 있다.
일제와 전쟁의 시린 바람을 이겨낸 질경이 같은 우리 어머니의 배고픈 허리춤에서 자라난 386세대의 야무진 손끝과 눈썰미, 그리고 강한 생명력은 뱃속에서 받아 나온 대물림일 것이며 최루탄 냄새를 피해 달아난 어느 시장길 후미진 선술집에서 ‘자유’ ‘민주’ 그 가슴 끓는 단어에 눈물짓던 정열의 피는 이제 세계를 향한 왕성한 의욕으로 이어져 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접하는 요즘의 한국 사회는 386 정치인들을 친북 좌파라든가 반미라든가 심지어 싸움만 잘하는 집단으로 묘사하며 자조하고 폄하시키는 분위기가 주류이다. 행여 미국에 대한 반감을 주장하면 은혜도 모르는 패륜아로 취급하거나 당장 전쟁이 나서 나라가 망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간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가진 사람의 지갑을 열어 못 가진 자에게 나누어 주자면 좌파라고 몰아세우는 논리는 얼마나 이기적인가. 문제는 가진 자가 제 의무를 다하지 않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많은 부를 축적했다면 적당한 세금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은 기본 의무이며 도리이고 나만 잘나서는 될 수 없는 일인데 지갑을 열라면 빨갱이라고 한다. 서민 걱정은 혼자서 하면서 말이다.
독재 시대 때 밀실에서 쓱싹 행해져서 몇몇 사람들의 배를 채우던 거래를 뒤돌아보고 그리워해도 시대는 변했다. 현대도 삼성도 알아서 1조원의 사재를 사회에 환원시키고 상속세도 법대로 1조원 넘게 내겠다고 한다는데 그 투명함을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잘했다는 말 한마디 없다. 오히려 재벌이 위축될까 걱정하는 논조이다.
풀뿌리 민주, 민초들이 일구어 가고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한국 사회의 자리매김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비록 그것이 시행착오가 있고 암초에 걸리고 한들 시간은 흐를 것이고 총명한 한민족의 눈은 열릴 것이며 슬기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가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묻는 사람들이 있다.“고향이 전라도세요?” 아 슬프도다.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
<조미경>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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