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 이맘때면 우리는 늘 주위의 소외되고, 불쌍한 이웃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도와주려고 한다. 나도 일년 내내 내 삶에 바삐 살다가 성탄절이나 새해가 다가오면 그제서야 주위를 돌아보는 반짝(?) 부류에 속한다.
내 자신이 군인이다 보니 주위의 군인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들 또한 민간인 못지않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해병대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로 전쟁에 나가기위해 떠나는 대대와 싸우고 돌아오는 대대들로 항시 바쁜 부대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대안의 바리케이드에 빼곡히 널려 있는 군인 가족들의 환영한다는 배너들이었다. 몇 개월에서 많게는 1년이 넘도록 외지의 전쟁터에서 힘겹게 싸우다 돌아온 해병대원이나 해군의 가족들이 노란 리본과 함께, 그들의 자랑스런 이름을 크게 써 붙이고, 집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고 쓴 플래카드들이 어지럽게, 바리케이드 벽을 장식하고 있다. 별로 긴 글도 아니고, 대개 단지 군인의 이름과 그를 많이 사랑한다고 쓴 가족들의 글인데, 항상 그 옆을 지나칠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많은 군인 가족들이 올해는 그들의 남편이나 아내가, 혹은 아빠나 엄마가, 또는 아들이나 딸이 멀리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 있는 관계로, 쓸쓸하게 이 연말을 보내고 있거나 외로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지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하고 서글픈 일인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기가 힘들다.
연말연시의 들뜬 시기이지만, 주위에는 멀리 이국땅에서 힘들게 보내고 있을 아들이나 남편, 딸이나 아내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는 우리의 군인가족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덜해진다고 한다. 요즘 같이 들뜬 때일수록, 주위에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없나 차분히 살펴보고, 그들을 따뜻한 마음과 사랑으로 다독거려 주었으면 한다.
<박소현> 군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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