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있는 중독 및 정신건강 센터의 심리학자인 케네스 주커 박사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성별과 관련한 일련의 행동에 대해 포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북가주에 사는 5세 난 남자아이(왼쪽)가 여자친구와 놀고 있다. 이 소년은 자신을 여자로 여긴다. 3세부터 여자아이들의 행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자신의 성별과 달리 옷을 입거나, 이성의 행동을 따라할 경우 심리분석이나 행동교정을 받는 게 통례였다. 여자 아이가 남자 행세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엔 부모나 주위에서 정상으로 보지 않고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과 사회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뉴욕 시는 출생증명서에 등재된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에 대한 획기적인 결정이다. 학교와 가정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싹트고 있다. 이성처럼 옷을 입고 행동하는 5세 난 어린이의 경우 가정, 학교,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된다.
프리스쿨 소년“나는 여자”핑크 재킷·치마 입고 등교
트랜스젠더 자녀 문제관련 상담 전국적으로 증가세
뉴욕시 출생증명서에 등재된 성별 수정 허용
캘리포니아·매서추세츠·뉴저지 등엔 보호법
초기에 바로잡느냐, 자연스럽게 놓아두느냐‘공방’
소아과 전문의들은 성별과 관련해 다소 혼란스런 양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은 자살에 대한 감정, 자해, 우울증세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억지로 ‘정상’으로 되돌리려고 해서는 역작용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들이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받아들이고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학교 측은 현재 법적으로 부모의 결정을 존중하도록 돼 있다.
북가주 오클랜드의 진보적인 사립학교 오로라 스쿨의 디렉터 레이날도 알메이다는 “처음엔 동성애 부모에 대해 우리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젠 성별 의식이 불분명한 어린이들의 문제가 현안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원래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사회적으로나 전통적으로 상례에서 벗어난 일들에 대해 미 전역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관용적이었다.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도 그러했다.
그러나 이번은 조금 다르다. 어린이들에 관한 이슈라서 그런지 공방이 치열하다. 과연 성별 인식이 뚜렷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빠져 있다.
보스턴 지역의 초등학교 1학년 교사인 카산드라 리스는 어느 날 깜짝 놀랐다. 한 남학생이 치마를 입고 등교한 것이다. 리스는 “이것은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부모의 잘못”이라고 했다. 일부 부모들은 트랜스젠더 자녀들이 사춘기에 들어가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의학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자녀의 성별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는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만한 일이다.
의사들에 따르면 이러한 자문을 구하는 부모들의 문의가 전국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네소타, 캘리포니아, 뉴저지, 워싱턴DC, 매서추세츠 등지에서는 트랜스젠더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일부 학교에서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불식시키고 트랜스젠더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양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오클랜드 팍 데이 스쿨은 중성적인 용어와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배려하고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줄 세울 때도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누지 않고 운동화 색으로 구분하는 방법을 쓴다.
학생도 학생이지만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부부는 아들이 자라면서 행동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다. 아주 긴 티셔츠를 입는가 하면 머리를 수건으로 둘둘 감아 마치 여자 아이들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모양으로 꾸몄다. 이 부부는 그래도 어려서 장난으로 그러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아들이 프리스쿨에 들어가면서부터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젠 어느 정도 컸으니 남자답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부모는 했다. 당연히 남자 아이들이 입는 옷을 입히려 했다. 그런데 아들은 프리스쿨 첫 학기 내내 남자 옷 입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짜증을 내고 투정을 부리기 일쑤였다.
아들은 자신을 여자로 생각한다. 여학생들이 입는 핑크 색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 그리고 ‘he’가 아니라 ‘she’로 불리길 원한다. 부모로서는 하루하루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식당에 가거나 샤핑몰에 가거나 딸처럼 입고 행동하는 아들을 보려니 가슴이 미어진다. 사회적인 인식도 부모에겐 보통 부담이 아니다.
과거엔 우악스런 여자아이나 여자 같은 남자아이들은 생물학적 성별에 순응하고 적응하도록 교육됐다.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으로 되돌린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이런 방식이 올바르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윽박지르거나 강요해서 될 일이 아니라 당사자가 자신의 본 모습을 발견해 나가도록 지원하고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게 현명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어느 주장도 확실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괴롭기만 하다. 자녀가 행동하는 대로 놔두어야 할지, 아니면 조금 힘들더라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물학적 성별에 적응하도록 매몰차게 대해야 할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당분간 트랜스젠더 문제는 가정, 학교, 사회의 핫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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