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친구와 인사를 나누었을 때 대뜸 나에게 술을 먹을 줄 아느냐고 물어서 나를 무척 당황스럽게 했다. 그 후 우리는 시간만 있으면 같이 어울렸다.
그때 나는 혼자 와서 고단한 미국의 삶을 시작하였고 그는 이미 오래 전에 가족과 함께 와서 안정된 생활을 하였다. 그는 청소년 시절과 보통 사람들은 말하기 어려운 가정사, 미국 와서 그때까지 살아온 과거를 숨기지 않고 말하면서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도 잡초 같은 집념으로 미국을 배우며 한 가지씩 준비하면서 살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의 우정은 돈독해져 갔다. 몇 년이 지나 우리 가족이 오고 나도 안정이 되어가면서 우리들의 술자리는 계속되었다. 너무 술을 즐겨해서였는지 그는 결국 병원을 드나들고 수술을 하고 의사의 경고도 무시한 채 술을 마시다가 당뇨병에다 합병증까지 생겨서 의사의 마지막 경고를 듣고서야 술을 끊었다.
몇 년 동안 병마와 싸우다가 여동생들이 조지아주 산 속에 별장을 사주어서 그 곳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면서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 나에게 비행기 표를 보내 와서 한번 방문해 보았더니 너무 밝게 살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무척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너무도 충격적인 전화를 받고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결하고 깨끗하게, 허허롭게 일생을 마친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지금도 그가 좋아하던 노래가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주위 사람들과의 인연을 끊고 표표히 떠났는지. 그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났고, 25년의 우정도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팍팍한 이민생활의 인심 속에서도 친구들을 배려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난 연말을 보내며 더욱 그의 생각을 많이 하였다. 아-친구여!
이항진/놀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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