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고국의 땅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나를 길러준 햇살과 바람, 그리고 친구에게서 배운 웃음. 로스엔젤레스 ‘천사의 땅’에는 모진 겨울은 없지만, 어둠 깃든 뜨락에 찬 기운 내리면 두고 온 고국산하가 그립습니다. 휘황한 서울의 밤거리도, 흔들리는 시내 버스의 희미한 불빛도, 그 사이로 흘러나오던 유행가의 가락마저 따뜻하게 떠오릅니다.
연말선물로 받은 책들은 거의 신앙 서적인데, 어느 성공한 앵커우먼의 책이 있었습니다. 성공이란 단어가 신년의 소망과 연결된 모양입니다. 한 여성이 성공하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있었겠습니까. 그는 성공비결로 이렇게 말합니다. “밖에 나가 절대로 나의 고민이나 걱정을 말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이야기에 대꾸하지 않는다” 등입니다.
어릴 적에는 종달새처럼 쉬지않고 지저귀며 살았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의 둥지를 틀고, 이것저것 품고 싶어 정신없이 날개짓을 했습니다. 첫 새벽 높은 하늘을 날아오르며 즐겁게 지저귀던 종달새는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높이 날아오르려면 불안도 하고,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닙니다. 높이 날기 위해 성공한 사람의 처세술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만, 처세술이란 얼마나 슬픈 위로입니까. 나이만큼 꽉 들어찬, 팽팽한 균형감을 지닌 나이라면 마흔이든, 예순이든 아름답습니다. 주위에 그런 분들을 알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만큼 평온함으로 충실하게 채워지지 못했다면, 요령으로 처세술을 배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 다시 새해가 되었습니다. 새해는 언제나 새롭습니다. 새해가 되면 이미 봄은 왔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습니다. 햇살이 눈부신 오후, 카페에 혼자 앉아 새해를 맞이하는 편지를 써보기 권합니다. 인생이란 그 편지를 받아 줄 이를 찾는 먼 여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신의 인생이 그 편지에 씌여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닮아가길 기도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시를 새해 편지에 한자한자 적어봅니다.
고운 생각에 밝아지는 그 얼굴
고운 생각은 그들이 깃든 집이
얼마나 순수하고 얼마나 귀한가를 말하여 준다.
뺨, 이마, 그리도 보드랍고
그리도 온화하면서도 많은 것을 알려 주느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미소, 연한 얼굴빛은
착하게 살아 온 나날을 말하여 주느니
모든 것과 화목하는 마음씨
순수한 사랑을 가진 심장
(바이런의 She Walks in Beauty 중에서)
<김수현> 작가/부동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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