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변호사 출신답게 말을 많이 한다. 따라서 역대 대통령 중에 가장 많은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도 노 대통령은 할 말은 해야겠다고 스스로 오기 어린 다짐을 했다.
“구설이 많으니 품격이 적다”라는 말은 동자교에서 나온 말이다. 말이 많으면 자연히 인품이 가벼워 보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정 운영에 필요하다면 누구도 말이 많다고 시비할 일은 아니다. 물론 할 말도 당연히 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설득력이 강하다고 한다. 어법이 틀렸거나 말투나 말씨가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발언의 내용이 올바른 표현이냐 아니냐 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친근하고 소박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막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막말에 대한 책임의 소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적절한 언어 선택 이전에 그 말의 진의와 취지에 더욱 관심을 두게 한다. 최근 민주 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회 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라는 표현을 썼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모독한 발언이라고 신문은 떠들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하여 조국을 지키는 것은 보람 있고 값진 일이다.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국민은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군 입대자는 썩으러 가는 사람이고 제대자는 썩어서 나온 사람이란 말인가. 군의 사기를 참작해서라도 책임 있는 해명이 따라야 할 대목이다.
또한, 1990년대 유행했던 신조어 왕따란 말은 인성 교육의 상실로 나타난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순화 대상 언어로 분류되었던 속어이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아니라면 따돌림이라는 말로 고쳐 쓰는 것이 품위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런 노 대통령의 말은 격한 감정 표출로 나온 실수인지, 본심인지, 불분명하다.
국민은 말 잘하는 대통령보다는 국민의 말을 잘 들어주는 대통령을 원한다. 말은 조심할수록 좋다. 말조심하면 국민 화합을 이룰 수도 있고 여론의 질타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영주> 국어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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