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한인 여성이 고위직을 맡게 되었다는 기사를 읽다 보니 연령대와 출신 여고로 보아 나와 동기동창인 것 같았다. 기사에 같이 나온 사진을 보니 비록 세월은 40여년 지났지만 고교시절의 모습이 남아있어 친구임이 틀림없었다.
훌륭하게 성공한 친구에게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에 웹사이트로 들어가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찾아 다음날 전화를 했다. 마침 자리에 없어서 비서가 전화를 받아 내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며 옛 친구이니 꼭 전화해 주기를 부탁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도 전화가 오지 않아 다시 해봤더니 비서의 말이 지금 출장 중인데 그때 나의 메시지는 틀림없이 전했노라고 했다. 중책을 맡았으니 많이 바빠서 전화할 틈이 없을 수 있겠다고 이해를 했다.
그러는 동안에 그 친구가 내가 사는 달라스에 와서 한인 커뮤니티의 지도급 인사들과 만난 기사가 신문에 난 것을 보고 다이얼을 돌리니 마침 그 친구가 직접 전화를 받았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그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내가 아무개라고 말을 하니 그 친구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같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고, 나는 고3때 학생회장을 한 아무개라고 먼 옛날의 기억을 상기시켰으나 그는 여전히 아무 기억이 없다며 혹시 같은 대학을 다녔으면 알 수 있을 텐데 했다.
몇몇 다른 친구 이름들을 대며 그래도 모르겠느냐고 했으나 그는 다른 친구들은 알겠다면서 나는 전혀 기억에 없다고 말하니 달리 더 할 말도 없어 전화는 그렇게 끝났다.
지방에서 자란 우리 동창들은 성적이 괜찮고 집안 형편이 허락되면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했으나 나는 지방대학에 진학했었다. 그 친구는 서울로 진학하고 그 후 미국으로 왔고, 나는 대학 졸업 후 이곳에 와서 학교를 좀 더 다니고 직장생활한지 어언 30년이 된다.
먼 이국에서 소녀시절의 친구가 훌륭하게 된 것이 기쁘고 자랑스러워 앞뒤 가리지 않고 전화한 것이 실례가 된 걸까? 왠지 전화한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내가 서울에 진학하지 못한 가정형편이 다시 아픈 상처로 느껴진 것은 내 속 좁은 소치일까.
엄은실/ 달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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