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크 트웨인은 북캘리포니아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보고 ‘동쪽에서부터 미국을 만들어 오던 신이 갑자기 땅이 캘리포니아에서 끝나는 것을 보고 손에 남은 모든 재료를 다 쏟아 놓은 곳’이라고 평했다.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잘 나타낸 말이지만 반면 우디 알렌은 캘리포니아가 기여한 유일한 문화적 공헌은 ‘빨간 신호에도 우회전’(right turn on red)라고 비웃은 적이 있다. 빨간 불에 우회전이 금지된 뉴욕 맨해턴에서는 더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에 달려 있겠지만 캘리포니아의 ‘문화적’ 기여는 허다하다. ‘할리웃’ ‘실리콘 밸리’ ‘등록금이 없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제도 등이 우선 떠오르지만, ‘디즈니랜드’도 빼 놓을 수 없다. 디즈니랜드의 문화적 기여도 상당하지만 디즈니랜드의 가격정책도 상당히 ‘문화적’이다.
디즈니랜드는 한번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면 더 이상 표를 살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인기 있는 놀이기구들은 1시간 내지 심하면 3시간까지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된다. 그런 인기 있는 놀이기구들 앞에 서 있는 줄에는 큰 사인으로 예상 줄 서기 시간을 표시해 놓고 있다.
디즈니랜드에 한번 입장하면 놀이기구에 돈을 쓸 걱정은 안 해도 되나, 어떻게 시간을 잘 쪼개서 놀이기구를 타느냐가 문제이다.
사실 1980년대 초에는 디즈니랜드도 놀이기구들을 A에서 E까지 나눠 놓고 입장료에 포함된 놀이기구들을 타다가 예컨대 E티켓이 필요하면 E티켓을 더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인기 있었던 놀이기구들은 E티켓에 몰려 있어 디즈니랜드 E티켓 하면 가장 좋은 것(cream of the crop)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 디즈니랜드는 왜 한 시간 이상 기다리는 인기 있는 놀이기구들에 추가 가격을 징수하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최소한 줄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몇가지 설명이 가능한데, 첫째는 사람들이 휴가를 즐길 때는 돈에 대하여 신경 쓰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휴가와 관련된 분야는 디즈니랜드 식으로 일괄 가격정책(one- price-fits-all)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크루즈 여행사들도 디즈니랜드식 가격 정책을 택한다. 크루즈 여행 출발 시에 한번 비용을 내면 더 이상의 추가 비용은 없다.
두 번째 설명은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소비자 결정을 정당화시켜 준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여기서 기다린다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 참 잘된 결정이다’ 라고 소비자들이 스스로 자위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설명은 긴 줄은 부모들이 꼬마들에게 ‘안돼’ 소리를 할 필요가 없고 비용을 절약하게 한다는 것이다. 만약 디즈니랜드가 기다리는 줄을 없애기 위해 놀이가격을 따로 책정 한다면, 아기들 성화 때문에 부모들은 하루에 수백달러를 추가로 더 부담해야 될 것이라는 것이다. 현행 제도는 꼬마들이 줄에서 기다리기 때문에 부모들이 꼬마들의 즐거움을 제약하고 악역을 할 필요가 없이 돈을 절약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인기 있는 놀이기구 등에 줄을 서면서 디즈니랜드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피곤할 수 있지만 디즈니랜드를 다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며칠 예정으로 오는 방문객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여러 번 디즈니랜드를 가게 되어도 비슷한 느낌이다. 이런 여백(餘白)의 아쉬움을 갖게 하는 게 현 디즈니랜드의 가격정책이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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