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크루저 학장이 가야금이 놓여 있는 한국음악 연습실에서 자신의 곡 ‘초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천규 기자>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소월의 시 ‘초혼’에 미국인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한민족의 애달픈 정서가 구구절절이 배어있는 이 시에 곡을 붙여 연가곡 ‘초혼’(Invocation)을 작곡한 주인공은 이안 크루저 UCLA 음대 학장.
작곡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크루저 학장은 시정을 느끼기 위해 한글 원문을 ‘단어 대 단어’식으로 의미를 받아 적고 한국어 낭송 녹음을 반복해서 듣는 열성으로 곡을 완성했다.
연가곡 ‘초혼’은 오는 14일 오후 8시 UCLA 쇤베르그 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김미연씨 리사이틀에서 초연된다.
크루저 학장이 이 곡을 쓰게 된 계기는 지난해 자신의 제자이자 피아니스트인 한인 김미연씨 연주회에 참석했다가 김씨에게 곡을 써주기 위해 가사를 부탁해 ‘초혼’을 소개받았다. 크루저 학장은 “한국어를 모르지만 시를 들을 때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사랑의 감정이 느껴진다”고 설명하고 “소월의 시는 내용이 단순하지 않으며 시 자체에 이미 상당한 음악성이 내재돼 있다”며 “재능 있는 한인 제자를 위해 한국어 시에 곡을 붙이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곡은 소월 시 외에 셰익스피어 ‘소네트 27번’, 칠레 시민 파블로 네루다의 ‘사랑의 소네트 22번’과 일본 시인 타치하라 미치조의 ‘다시 오는 밤에는’ 등을 가사로 사용해 4개의 곡이 하나의 완성곡을 이루는 ‘연가곡’(song cycle) 형식을 띠고 있다.
곡은 세계 공통의 주제인 ‘이해하기 힘든 사랑’(Complicated Love)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지막에 불려지는 ‘초혼’ 부분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제목을 ‘초혼’으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크루저 학장은 메릴랜드 출신으로 클래식 작곡 전공으로 USC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소수민족 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현대음악 작곡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여러 개의 작곡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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