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의 두 아이를 가진 내게 “요즈음 결혼조건의 첫째가 무엇인지 아세요?”라고 누군가 물었다. “능력이요?” 했더니 론이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내게 한 말이 아니건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아이들 둘 다 집안의 도움 없이 론으로 공부를 한 나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먹고 마시고 노는 등 소비를 위해 쓴 빚도 아니고 공부를 하고 졸업 후 취직해 갚으라고 나라에서 빌려준 돈인데 그것이 결혼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니....
미국에서의 돈벌이가 결코 쉽지는 않다. 가끔 “너희들은 빚이 많아 어쩌니?” 하고 내가 걱정을 하면 “갚는 기간을 길게 잡고 절약해서 살면 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안심시키곤 한다. 자녀들을 결혼시킬 어머니들을 만났을 때 “매달 학비 론을 갚는 것을 보면 화가 나요. 그 돈을 생활비에 쓰면 얼마나 윤택할 텐데” 라며 푸념을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사위나 며느리를 고를 때 조건이 좋고 수입이 많으면 좋아하면서 그렇게 되기까지의 힘든 상황을 왜 이해를 못하는가. 월급을 많이 받는 사위나 며느리는 좋고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 들어간 학비를 갚는 것이 싫다하면 얼마나 이기적인가.
어떤 부부는 자녀를 전문직으로 만들기 위해 에퀴티론을 받아 학비를 댔고 그 부모는 페이먼트를 갚기 위해 아직까지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 그 자녀는 부모덕분에 어려움 없이 공부하고 넓고 큰집에 고급 차를 타며 여유 있게 생활하나 노부모의 페이먼트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한다. 물론 부모는 잘 키운데 대한 자부심과 흐뭇함으로 가슴 뻐근한 기쁨을 누리며 자식 자랑에 여념이 없지만 그러한 얘기를 접하는 나는 씁쓸하다.
박용하 /웨스트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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