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4살, 9살의 두 아들과 도착한 LA의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80년이나 된 2층집에 서향의 뜨거운 볕이 들어 에어컨이 그리웠던 그곳에서의 여름은 기억이 새롭다.
첫날밤, 두고 온 친구 탓일까. 눈물을 흘리던 아들을 보고는 학교에 잘 적응하기만을 바랬었다. 1년 후 이사한 투 베드룸 아파트에 에어컨까지 걸어두고는 미국의 어느 부자 못지않은 행복을 느꼈었다. 이민 6년 만에 마련한 내 집 패티오의 작은 화분들을 소파에 앉아 바라보면서 나눈 남편과의 대화는 지금도 기억난다. “이곳에서 아이들 대학 졸업시키고 은퇴할 수만 있다면 우린 성공한 이민1세가 아닐까”.
그 후 소망했던 대로 두 아이는 대학, 대학원을 마치고 훌륭한 가정에서 자란 대학동기와 결혼을 해서 전문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우리 역시 작지만 우리가 즐기기에는 넘치도록 좋은 콘도에 살고 있다. 그리고 어려서 갖고 싶었던 FM 라디오보다도 훨씬 업그레이드된 유명 오디오 시스템을 갖고 아침저녁으로 향수와 추억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다닐 수 있는 직장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과연 행복을 느끼고 만족해하는지를 자문해본다. 유명작가의 글에서처럼 욕심을 버림으로써 곧 행복을 얻게 되며 행복은 소유가 아닌 나눔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본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작은 것을 버림과 나눔으로 실천하고 싶다. 그것이 다른 이에게 행복을 나누는 길이기에 앞서 우리가 먼저 행복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조계란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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