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강의시간에 맞추어 자동차로, 버스로 출석하는 학생들이 붐비는 학교는 새벽부터 분주하다. 이름하여 어덜트 스쿨. 50대는 젊은 편이고 80대도 여러분 있다. 학력도 연령만큼 다양하고 경력도 화려하다. 인생을 살아온 경험과 경륜, 성공과 실패가 있었고 언어장벽 때문에 가슴속 분을 삭이고 살았던 이민 1세들이 대부분인 교실마다 그분들의 주름진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에서 ‘인생 역정’을 느낄 수 있다.
L씨의 이곳 생활 얘기는 우리 전부가 겪었던 과거사의 한 면이 아닐 수 없다. “처음 미국 와서 두 잡을 뛰면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지요. 마누라는 봉제 공장을 다녔는데 미싱을 생전 처음 만졌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밤늦게 퇴근해 집에 오면 참 안쓰러워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우리가 미국에 와서 망가져 산다는 처참한 생각에 자살하고 싶은 충동도 느끼고. 그러나 올망졸망한 4남매가 성장하는 모습과 영어를 조금씩 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것에 희망을 걸고 살았지요. 주말 스왑밋에서 장사를 하면서 저축을 하게 되고 몇 년 후 마켓을 인수해서 참 많이 일을 했어요. 자식들이 많이 도와주었지요. 대학 졸업들 하고 직업을 갖고 자기 몫들 하면서 사는 것 보면 미국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는 다 결혼들 해서 잘들 살고 있으니 마음이 홀가분해요.”
어디 L씨뿐이겠는가. 우리 이민 1세들은 살기 힘들어서 이곳에 와서 죽기 살기로 일을 해서 한인사회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30여 년 전과 지금은 격세지감을 갖게 한다. 힘들었든 과거를 가슴에 묻고 조용히 공부들 하는 그들은 파이오니어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돌아서면 잊어버릴망정 열심히 출석한다. 그들에게 위안이 되는 말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물은 샙니다. 그러나 콩나물은 자라지요.”
이항진 /노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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