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독자였다
끊을 수 있으면 끊어봐라, 사랑이 큰소리쳤다
네 이름에 걸려 번번이 넘어졌다
공인된 마약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문 앞을 서성이다 어두운 골목을 걸어나오면
목덜미로 빗물이 흘렀다
전봇대를 껴안고 소리치면
빗소리가 나를 지워버렸다
늘 있었고 어디에도 없는, 너를 만지다가
아득한 슬픔에 털썩, 무릎을 꿇기도 했다
밤새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데도 닿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너에게 감염된 그때, 스무 살이었고
한 묶음의 편지를 찢었고
버릴 데 없는 슬픔을
내 몸에 버리기도 하였다
마경덕 (1954~) ‘슬픔을 버리다’ 전문
사랑에 중독되는 것만큼이나 아름답게 슬프고 괴로운 것이 또 있을까. 무릎이 깨지면서도 손을 뻗치고, 그렁그렁 눈물이 고인 얼굴로 웃음을 웃고, 환청으로 전화벨소리를 듣기도 하고. 사랑이 아니면 숨이 막혀서 죽을 것만 같던 사람들아! 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서 다만 그때를 그리워할 뿐이다. 첫사랑일수록 오래도록 그러하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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