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겨울이 서서히 우리 앞에서 자취를 감추나보다. 문득 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오래 전 한국에서 언니네가 과수원을 하며 봄이 올 무렵이면 과일나무들을 가지치기 하던 일이 생각난다. 어린 나는 그 아까운 가지를 왜 잘라야 하느냐고 반문한 적이 있었다. 가지가 많으면 나무가 커질 것이고 그러면 열매를 많이 맺을 수 있는데 왜 가지를 잘라야 하는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봄이 무르익어 아름다운 꽃들과 어울려 벌과 나비들의 향연이 끝나고 나면 그 결실의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다. 과일이 얼마만큼 열리고 나면 어느 정도 자라서 너무 커지기 전에 접과라는 것을 하는데 그 또한 어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열려 있는 과일 6~7개 중에서 아주 좋은 것 하나만 남기고 잘라낸다. 좋은 과일이 몇 개가 있을 때는 임의로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는 무조건 잘라버린다. 엉성하게 10개의 과일이 열리기보다는 정말 충실한 하나의 과일을 원하기 때문인 것이다.
잘라내는 것은 아픔이고 고통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잘라내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나누어진다. 때로는 이것을 자르고 나면 금방은 손해인 듯하여 안쓰럽고 또 가끔은 아픔이 견디기 힘들어서 선뜻 칼을 대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잘라야 한다. 아픔을 이길 수 없다면 성공을 바랄 수 없고 한 순간의 손해를 감수하지 못한다면 더 나은 이익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지치기를 할 때나 접과를 할 때는 시기가 아주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고 나면 나중에 잘라내어도 좋고 튼튼한 나무나 과일을 만들지 못한다. 좀 아프더라도, 때로는 힘들더라도, 잘라내어야 할 부분은 잘라야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영숙/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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