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합의 이후 다섯 달 가까이 끌어온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해결되면서 미-북한 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언뜻 간단하게 보이는 송금 문제가 왜 이리 긴 시간을 끌었는가에 관한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간추려 소개한다.
2년 전 미국이 북한 자금 세탁을 이유로 마카오의 작은 은행 하나를 블랙리스트에 올렸을 때 그 목적은 이 은행을 세계의 금융 시스템에서 고립시켜 북한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그 때까지 만도 부시 행정부는 이것이 얼마나 운명적인 결정인지 알지 못했다.
지난 2월 북한 핵 폐기 합의대로 이 은행 구좌에 동결된 2,500만 달러를 푸는데 4개월이 걸렸다. 이 돈은 지난 주 마침내 북한에 도착했지만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를 이행하는데 국무부와 재무부가 협상을 맡았고 러시아와 마카오의 중앙은행, 블라디보스톡의 비공개 은행인 파 이스턴 상업은행, 뉴욕의 연방 준비 은행 등이 개입했다. 마지막 단계에 가서는 최근 독일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간의 협의까지 거쳐야 했다.
북한이 핵 폐기 합의를 얼마나 빨리 이행하느냐는 두고 볼 문제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재무부의 재정 압박이 얼마나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입증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란과 수단 등 이미 금융 제재를 받고 있고 앞으로 더 조여질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주목된다.
“재정적 수단은 때로는 다른 나라들의 행동을 바꾸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제임스 윌킨슨 재무부 비서실장은 말했다. “이번 사태 이후 온 세계는 재무부가 갖고 있는 재정적 수단이 얼마나 힘이 있는지 보고 있다”는 것이다.
수 주 동안 미국이 방코 델타 아시아에 대한 제재를 완전히 풀기 전에는 북한 자금을 송금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미국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마카오와 중국은 워싱턴이 방코 델타 아시아를 돈 세탁 은행 리스트에서 빼주기를 원했지만 이 은행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의심 때문에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고 행정부 관리들은 밝혔다.
<마카오의‘방코 델타 아시아’건물>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관리들은 일반 국민들에게 재정적 통제가 완화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고 이란 등에게도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고위 관리는 “이란 같은 나라가 여기서 교훈을 얻었으리라고 믿어도 좋다”며 “방코 델타 아시아 사태가 보여준 것은 일단 이 수렁에 빠지면 빠져 나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타겟으로 삼고 있는 이란 관련 은행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 자금을 동결한 적이 없다. 이것은 마카오 당국에 의해 취해진 조치이다. 이 은행을 돈 세탁 은행으로 지정함으로써 어떤 은행도 이와 거래하는 것을 사실상 막은 것이다.
문제가 된 이 은행의 북한 자금은 52개 구좌에 분산돼 있다. 구좌 주인에 북한 정부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모두 비즈니스 거래 등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다. 그 52개 중 35개 구좌에 들어 있는 1,300만 달러는 합법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나머지 17개 구좌에 들어 있는 1,200만 달러가 마약, 위조지폐, 핵 개발 등 불법행위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이 돈을 북한에 돌려주기로 했을 때 국무부와 재무부는 이를 간단하게 생각했다. 윌킨슨 재무부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정부 관리들은 3월 베이징으로 날아가 이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우선 52개 구좌 주인으로부터 이 돈을 북한 정부에 넘겨준다는 허락을 받아야 했다. 여기에만 수주가 걸렸다. 북한은 자기 구좌가 있는 러시아의 파 이스턴 은행에 이 돈을 이체하려 했지만 방코 델타 아시아와 공식관계가 없어 불가능했다. 재무부가 이 돈을 받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약속을 했지만 어떤 다른 은행도 이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결국 송금한 돈을 받을 은행을 찾는 일은 크리스토퍼 힐 특사에게 떨어졌다. 은행 감독을 맡고 있는 재무부가 이를 추진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한 때 와코비아 은행이 맡을 것 같았지만 꽁무니를 뺐고 마침내 뉴욕 연방 준비 은행이 개입하기로 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방코 델타 아시아가 마카오 중앙은행에 돈을 넘기고 마카오 중앙은행이 뉴욕 연방 준비 은행에 송금한 후 이 돈이 다시 블라디보스톡의 파 이스턴 은행으로 입금되면서 가까스로 북한 구좌로 들어간 것이다.
방코 델타 아시아처럼 두 이란계 은행이 재무부에 의해 테러 지원 이유로 블랙리스트 올라 있다. 사데라트 은행과 세파 은행이 그것이다. 폴슨 재무장관은 작년 9월부터 전 세계 은행이 이 은행과 거래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해왔다. 그 후 폴슨 장관은 “대부분의 세계 은행이 이란과의 거래를 대폭 줄이거나 중단했다”고 말했다.
<즐거운 김정일>
<김일성·김정일 초상화 밑에서 공연하는 평양 소년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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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에게 요즘처럼 즐거운 때는 별로 없었을 것 같다. 2/13 합의 이후 지지부진하던 방코 델타 아시아의 북한 자금 송금이 마침내 이뤄졌고 곧 기름과 식량, 각종 이유를 단 원조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올해 안으로 남북 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내년에는 평화 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김정일 정권 타도를 외치던 네오콘이 사라지고 한국에서는 한나라당마저 열린 우리당을 능가하는 대대적 대북 지원 계획을 세워놓고 김정일의 승낙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일은 이 모든 것을 단 하나의 핵 개발 폐기 행위, 이미 만들어 놓은 원자탄 포기 행위도 하지 않고 얻어냈다.
한국과 미국에서 대북 강경파가 사라진 지금 김정일은 느긋하게 눈곱만큼 핵 폐기 시늉을 하면서 고래 등 같은 원조 물자를 얻어낼 생각에 젖어 잠 못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반드시 독재자가 의도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김정일의 꿈이 순조롭게 이뤄질 지 두고 볼 일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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