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해커라고 자부하며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식으로 별다른 죄의식 없이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한 컴퓨터 천재들을 보자니 땅에 떨어진 사이버 윤리의식이 큰 걱정입니다
충남지방경찰청이 19일 대형 웹하드업체를 해킹하고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 업무를 방해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한 피의자 29명 가운데는 해킹방어대회 수상자와 정보보호 올림피아드 출전 고교생 등이 포함돼 있다.
해킹을 차단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게임업체 정보보안 관리자 박모(24)씨는 해킹방어대회에 출전해 은상을 타고 해킹관련 서적도 출간할 정도로 보안 전문가였지만 자신의 기술을 ‘해킹 방어’가 아니라 ‘해킹’에 이용했다.
그는 웹하드업체인 S사의 서버를 해킹하고 시스템의 취약점 등을 S사 안티클럽 운영자 장모(43.구속)씨에게 알려주는 등 도움을 주고 모 인터넷사이트의 경품행사에 참여한 뒤 쿠킹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 등을 사용해 50여차례 경품을 타내는 방법으로 3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학교 대표로 정보보호 올림피아드 대회에 참여했던 고교생 전모(16)군도 S사 경제인증 시스템을 공격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유포, S사 게시판에 비방글을 올렸다가 강제 탈퇴당한 윤모(21.여)씨 등 안티클럽 회원 17명이 이 프로그램을 복제해 사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모(41)씨는 비방글을 자동 게재하는 일명 ‘도배게시폭탄’을 만들어 유포, 단시간에 1천여건의 비방글이 올려지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컴퓨터 및 해킹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혹은 ‘미니홈피 조회수를 늘리고 싶어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유포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두달여 동안 2차례에 걸쳐 S사의 서버가 다운되고 게시판이 비방글로 가득차는 등 사이버 테러가 이뤄졌으며 S사는 이에 대응해 업데이트를 하고 회원들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느라 30여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 대부분은 이 같은 일을 저지르고도 양심의 가책이 없었으며 오히려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사회적으로 해킹이 범죄라는 인식을 일깨우는 등 사이버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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