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0일까지... 50피트 대형 설치작 등 90여점 전시
뉴욕의 중견화가 이일씨의 볼펜 드로잉 작품을 보면 회화 같기도 하고 동양화 같기도 하다.
마치 검은 먹이나 청색 물감을 흩뿌려 놓은 듯한 그의 작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관람객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볼펜으로 그린 무수히 많은 선들의 집합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3월11일~7월8일 산호세 미술관에서 한국작가 최초로 개인전을 가진 이일씨는 지난 19일부터 오
는 9월30일까지 플러싱 메도우즈 코로나 팍 소재 퀸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퀸즈 미술관 초청으로 2층 전시장 전체를 장식한 그의 작품들은 전형적인 회화 재료가 아닌 볼펜을 가지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표현한 볼펜 드로잉 작품들로 전시장 입구에는 길이 50피트의 대형 볼펜 드로잉 설치작품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조애나 클라인버그가 기획한 퀸즈 미술관 초대전에는 전시장 입구 50피트 길이의 대형설치작 외 70~80년대 초기작 86점과 흑색에서 파란 색조를 띤 컬러 드로잉 대작 6점이 선보이고 있다.
초기 소품들과 보다 규모가 커지고 생명력 넘치는 근작들을 통해 이일씨가 뉴욕에서 30여년간 볼펜이라는 한 가지 재료로 한결같이 작업해온 볼펜 드로잉 작품의 진수를 보여준다.
협곡 같기도 하고 거대한 파도 같기도 한 볼펜 드로잉 대작들은 1975년 도미, 낯선 도시에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으로서, 예술가로서 힘겹게 살아왔던 지난 세월을 관조적 입장에서 묵묵히 화폭에 토해내고 있고 역동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을 표현해내고 있다.12 피트 넓이의 파란 색조를 띤 대작들은 마치 허공에 매달린 듯한 견고하고 거대한 언덕을 연상 시킨다든가 아니면 무위의 세계로 용해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동년배 작가들이 대부분 중도 포기하고 귀국길에 올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뉴욕에 남아 볼펜 드로잉 작업에 매달렸다. 그가 처음 볼펜 드로잉 작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 브루클린 미술관의 한국작가 드로잉전에 참여하면서부터.그러나 자녀양육과 생활고로 파트타임을 전전해야 했고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게 생활의 안정을 찾게 된 것은 불과 몇 년전 부터다.볼펜 드로잉 작업으로 묵묵히 이겨낸 이일씨의 오랜 인내의 세월이 산호세 미술관에 이어 퀸즈 미술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작가는 “젊었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 포기하지 말라”며 “사람이 재산이다. 젊었을 때 가급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이들 수록 작업시간을 늘리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 뉴욕 프랫대학원을 나온 후 뉴욕에서 30여년간 작업해왔고 1990년 중반부터 맨하탄 트라이베카의 화랑 ‘아트 프로젝트 인터내셔널’(API·관장 이정옥) 소속 작가로 활동중이다. 그의 작품은 산호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토탈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김진혜 기자> jh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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