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상원목사(엡웟연합감리교회)
교인들 중 60% 이상이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선호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교회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분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맞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정교분리의 원칙이 어느 정도까지 지켜져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민주화를 부르짖던 시대에 많은 기독교 교회 지도자들은 정교분리를 주장했습니다. 민주화를 앞장섰던 진보적 기독교인들, 주로 노년층에 속한 분들이 교회 의자가 아니라 광장에 나와 앉아 데모를 하였습니다. 과거 정교분리를 외치던 분들이 과거 그 누구보다 정치적인 발언을 교회 안팎에서 많이 하셨습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기독교를 외면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주류 기독교의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정교분리라고 하는 원칙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교회는 영적인 문제를 다룬다고 하면서 정치적이지 않으려고 노력할 때에, 자신의 정치적 아젠더를 침묵으로 크게 설교하거나 혹은 반대로 침묵 때문에 하나님이 싫어하시는 것을 용납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해야 합니다.
구약에서 하나님은 정치의 한 가운데 계십니다. 신약에서도 예수님은 정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말씀을 전하십니다. 예수님이 가장 많이 설교하셨던 주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한 이야기로서 다분히 정치적인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하셨던 설교 주제는 돈에 관한 것으로 경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현재 설교자들이 가장 피하려고 하는 주제가 정치와 돈이라는 것은 참 역설적입니다. ‘헌금 많이 하라’는 설교는 많을지 몰라도, 기독교인으로 세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어떻게 보고, 관리하며, 써야하는지에 대한 설교는 참으로 적습니다. 세상에 쓸 빛과 소금을 교회 안에 가두는 것입니다. 교회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무관한 메시지를 전할 때 세상에서 교회의 영향력은 점점 약해지는 것입니다.
성경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눌리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보다 깊이 염려하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아젠더는 정치와 경제를 넘어섭니다. 소위 억압자와 착취자라는 것을 멸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것이 목적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새 하늘과 새 땅의 시작이었지, 로마 식민지로부터의 해방이 아니었습니다. 기독교의 영성은 정치와 경제를 꿰뚫으면서도 정치와 경제를 넘어섭니다. 일정 정치노선과 동일화되어 교회는 심지 없는 촛불이나 짠 맛 잃은 소금과도 같습니다. 영적인 잉여부분이 늘 있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이명박 당선인과 거리 조절을 지혜롭게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 정권의 정치, 경제 정책이 종국적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하는 길이 되도록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이번 미국 대선을 통해 미국이 가진 정치, 경제적 지도력을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면서 바르게 쓸 지도자가 누구인지 깊은 관심을 가지고 꿰뚫어 보면서 열심히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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